연기 경력 12년차, 박신혜는 아역배우에서 가장 잘 성장한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부터 삶의 일부분처럼 연기를 해왔지만 촬영 현장은 여전히 박신혜에게 떨리는 곳이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 대선배이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최민식의 상대역인 변호사 희정이라는 인물을 소화했고, 최민식의 중압감을 이기는 것이 이번 작품에서 박신혜가 해내야할 숙제였다.
박신혜는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늘 있다. 선배님과 눈 마주치면서 연기할 땐 정말 떨렸다. 원래 나는 상대방 눈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데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현장에서 사담하고 밥도 먹다 보니까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눈을 맞춰갈 수 있었다. 증거인 USB를 내밀면서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웃음) 현장이기 때문에 동등하게 마주 보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짜릿한 것 같다. ‘아, 연기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했다”며 “가끔 선배들을 만나면 기가 느껴질 때가 많다.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는데, 최민식 선배는 ‘상대를 누르는 기’가 아니라 ‘끌어당기는 기’였다. ‘이리 와. 같이 해’ 이런 느낌이다. 현장에 보호막을 쳐주신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최민식과 함께한 촬영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앞서 ‘침묵’ 팀은 홍보 활동을 하면서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과시하곤 했다. 홍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해 좋게 이야기 하는 편이지만 ‘침묵’ 팀의 케미스트리는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최민식부터 이하늬, 박해준, 박신혜, 류준열, 이수경까지 연배나 경력 차이 모두 가지각색이었기에 다섯 명의 조합은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박신혜는 “류준열이 조율을 많이 해줬다. 내가 길을 헤매면 어른스럽게 팁도 알려줬다. 데뷔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선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침묵’에서 최민식을 제외하면 선배 쪽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그는 “쫑파티 때 슬라이드 사진을 봤는데 너무 뭉클하면서 ‘더 열심히 할 걸’이란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긴장한 순간이 많았다. 사진을 보니까 조금 더 즐겨볼걸 싶더라”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했음에도 걱정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스크린에서 비추는 내 모습이 어색할까봐 걱정이 됐다. 그동안 영화보다는 브라운관에서 많이 이슈가 되다 보니까 부담감이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두 개 모두 경계선 없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상의원’이 빨리 막을 내리는 바람에 위축된 면이 있다. 그럴 때일수록 더 많이 부딪혀야 했는데 그걸 몰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신혜의 말처럼 아직 그의 대표 영화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형’ ‘뷰티인사이드’ 등 한 해에 한 편씩 영화에 출연했지만 우정출연이었을 뿐이었다. 주연작은 ‘상의원’ 이후 3년만이다. 드라마는 ‘상속자들’ ‘피노키오’ ‘닥터스’ 등 하는 것마다 불패 신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영화 쪽에서는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박신혜는 드라마에 대해서 “내가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워낙 핸드폰으로 시청하는 사람도 많고 시청률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늘 긴장한다”고 말했고, 영화에 대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극복보다는 받아들어야 하는 것 같다. 끝없는 도전이다. 시기가 안 맞아서 그동안 영화를 못 한 것도 있다. 그걸로 인한 부담감보다는 도전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신혜는 “한류스타로 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방면으로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따라붙는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발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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