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피자, 어란 파스타 , 피오렌티나(티본 스테이크의 한 종류로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전통 요리) ..이제는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로 자리잡은 이 요리들을 한국에 최초로 들여온 사람이 있다. 바로 청담동에 위치한 Terra13의 주방장, 산티노 소르티노(Santino Sortino)다. “음식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소르티노 하면 다 알죠” 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 그의 표정에는 요리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넘쳤다.
2002년, 34살에 처음 월드컵을 구경하러 한국에 도착했을 땐 수중에 10만원 밖에 없었다고 한다. 소르티노는 꿈 많던 당시를 생각하며 눈을 빛냈다. “그냥 젊음과 패기로 돈도 별로 안 들고 배낭 여행을 온 거죠.”
16살 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이탈리안 요리를 배운 소르티노의 눈에 한국은 ‘이태리 음식 볼모지’ 였다고 한다. 트러플은 5성급 이상의 호텔 말고는 재료로 쓰이지도 않았고, 이태리 피렌체를 대표하는 스테이크인 ‘피오렌티나’는 고급 호텔에서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은 있었죠. 하지만 메뉴와 재료가 전혀 다양하지 않았고, 10년 넘게 이탈리안 음식을 요리해온 제 눈에는 한국 사람들이 충분히 이탈리안 음식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내가 여기서 시장을 한번 개척해봐야겠다’ 고요.”
소르티노는 국내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돈을 모을 겸 요리사로 일을 하다가 그 레스토랑을 방문한 롯데 호텔 총 주방장(executive chef, 주방의 총 책임자)에게 그야말로 ‘캐스팅’ 당했다. 소르티노는 “운이 좋았어요.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거죠. 롯데호텔 에서 1년 동안 일했어요. 제가 일하는 동안 호텔의 하루 매출이 600만원이나 올랐죠”라고 말했다.
이후 그가 2006년 문을 연 이태원의 ‘소르티노스(Sortino’s)’ 는 크게 성공해 이태원의 대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로 연 ‘빌라 솔티노(Villa Sortino)’, ‘라 보카(La Bocca)’ 등도 연달아 ‘히트’ 였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Terra13’은 상권이 죽은 청담동 거리에서도 유난히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한국인의 입맛을 맞춘 비결에 대해서 소르티노는 ‘눈치’ 라고 이야기 하며 웃었다. “눈치를 잘 보면 돼요. 어떤 음식을 내놓았을 때,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거죠. 제 입맛이 한국식이라 그런지,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면 대부분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의 또 다른 비법은 바로 ‘재료’ 다. 한 달에 두 번씩 날을 정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재료 여행’을 한다. 소르티노는 “소금은 시실리 섬에서 나는 바다 소금을 직접 수입해서 간을 해요. 조미료는 절대 쓰는 법이 없습니다” 라며 자신의 요리 철학을 밝혔다. “재료를 잘 고르면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생선은 제주도 게 좋고, 고기는 강원도 걸 써요. 특히 양양에선 조개나 해산물들을 구입하죠. “
레스토랑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정계, 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도 자주 만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누구였냐는 질문에 소르티노 는 “당연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죠.” 라고 웃었다. 또한 “종종 제 레스토랑에 가족들과 자주 왔었는데 이제 잘 안와요. 아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름은 댈 수 없지만... 지금 감옥에 있는 몇몇 분들도요..” 라며 슬쩍 귀띔했다.
소르티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고 품격 이탈리안 메뉴를 저렴한 값에 내놓고, 계속해서 더 대중화 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소르티노는 한국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단돈 10만원으로 한국에 와서 쪽 잠을 자며 일을 했을 때부터, 대통령이 제 레스토랑의 단골이 되기까지 한번도 힘들어 본 적이 없어요. 요리를 할 수 있었다는 거 자체가 너무 행복했거든요. 요즘 한국 청년들 정말 살기 팍팍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서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돈은 저절로 따라 올 수 있어요”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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