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혀있던 예약 20건이나 취소”
가족단위 고객 외식업체 난감
여행상품도 취소ㆍ일정 변경 빗발
“문제집 반나절 만에 수백부 팔려”
서점가는 느닷없는 특수 누리고
지진대비 물품 업체 주문도 불티
포항 강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대입 일정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마케팅을 진행해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여행상품과 식당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가 하면, 예비 대학생 대상 할인이벤트를 내걸었던 성형외과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타격은 외식업계에 불어 닥쳤다. 수능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잡아놓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이 많은 서울 종로구 S한식당은 16일 오전 오픈 후 2시간 가량 취소 문의 전화만 응대했을 정도. 쉴새 없는 전화에 식당 관계자는 “수능 연기됐단 소식을 듣고 예감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이날 예약된 22개 중 절반이 넘는 12개가 취소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대부분이 고3 자녀를 둔 부모들로 정말 미안한 목소리로 ‘수능이 끝나는 다음 주에 꼭 다시 예약해달라’라면서 취소하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사정도 비슷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수험생 동반 가족 단위 예약이 25개 정도였는데 20개가 취소됐다”고 허탈해했다. 저녁시간 예약 목록에는 취소를 뜻하는 빨간 줄이 가득했다.
성형외과 등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수능일로부터 일주일간 꽉 차 있던 ‘예비 대학생’ 상담은 모두 “올 스톱(All stop) 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P성형외과는 “수능 수험표 지참 학생에게 무료 성형 상담 및 부위별 할인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오전 내내 부모님들이 ‘상담일정을 미루겠다’는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여행업계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16일 오전에만 취소된 해외여행 건수가 40여건”이라고 했다. 하나투어는 이달 말까지 수험생으로 예상되는 패키지상품 고객(1999년 출생기준)이 54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취소나 일정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수험생 김모(18)양은 “25일 논술을 마치고 그 다음주에 일본 여행을 갈 예정이었는데 모든 일정이 일주일 이상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수 업체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험생에게는 일정 변경이나 취소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업체 입장에선 손해일 수밖에 없다.
서점가는 느닷없는 ‘특수’를 누렸다. 서울 강남구 한 서점은 “수능 연기가 발표된 직후부터 지금(16일 오후)까지 봉투형 모의고사만 400부 가량 팔렸다”고 했다.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들은 점포별 물량 조절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대비물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경주 5.8 지진에 이어 1년 만에 발생한 지진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일본에서 직수입한 지진방재모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평소에는 전혀 안 나가다 지진 이후 접수된 주문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주부 최모(33)씨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지진이 또 난 것을 보고 ‘재난용 키트(비상약품 등)’를 구비해둬야 하나 싶어 쇼핑몰을 살펴 보고 있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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