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을 강타한 지진에 술렁이는 민심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건 무분별하게 퍼지는 ‘지진 괴담’이었다. 15일 오후2시30분쯤 규모 5.4의 지진이 ‘본진’이 아니라 큰 지진이 찾아오기 전의 전진에 불과하다면서, 오후7시에 규모 7.0이 넘는 강진이 다시 올 것이란 소문도 시민들 사이에 퍼졌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김재관 서울대 지구공학연구센터 소장의 도움으로 지진과 관련해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들에 대한 팩트를 짚어봤다.
19일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대지진 온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지진은 현대과학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기상청을 포함한 그 어떤 기관도 지진발생을 예측하지 않는다.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12일 1, 2차 지진보다 규모가 더 큰 ‘3차 지진’이 온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연쇄적인 여진은 1주일 전후로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19일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찾아올 수는 있겠으나,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규모로 지진이 발생한다는 예측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포항 지진 예고하는 ‘지진운’ 떴다?
“지진을 구름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보통 사람들이 지진운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 구름은 가을철에 빈번하게 만들어지는 권적운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경주나 부산에서도 ‘가스 냄새’가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아직까지 어떤 전조 현상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북한 핵실험으로 포항 지진 발생했다?
“이번 지진에 북핵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일단 거리가 너무 멀고, 유발 지진이 발생하려면 지질학적인 압력이 증가돼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유발 지진이 안 생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물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균열된 암반 사이로 들어가 마찰력을 낮춰 유발 지진이 생길 수 있지만 남한의 경우엔 어렵다.”
지진 대피 매뉴얼의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는 잘못된 지침이다?
“실내에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난다면 단단한 책상이나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주변 사물에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목조 건물이 다수인 일본과 달리 국내엔 콘크리트 건물이 많아 지침이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콘크리트 건물은 일정 규모의 지진까지는 버틸 수 있어, 지진이 발생해도 건물이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 대피법은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는 동안 임시방편으로, 진동이 멈춘 뒤 재빨리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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