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적폐청산 기조에는 타격… 치열한 법정다툼 예고
전병헌(59)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롯데홈쇼핑 재승인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한 본보 보도(11월7일자 1면) 이후 9일만의 결정이다.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대통령 최측근 참모가 비리 혐의로 낙마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전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님을 보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고,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전했다. 전 수석은 금품로비 의혹을 두고 검찰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가, 여권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류가 강해지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전 수석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 수석은 그러나 불거진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e스포츠와 게임을 지원, 육성하는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부터 전 수석을 직접 만나 거취 문제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석은 임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과의 논의 끝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 수석의 자진 사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정치적 내상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의 낙마는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전 수석이 두 번째이지만 검찰 조사에 직면한 전 수석은 경우가 크게 다르다. 청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전 수석의 낙마가 개혁 동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전 수석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의 도덕성은 심각하게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을 책임지는 정무라인에 공백이 생기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임명, 내년도 예산안 통과, 각종 개혁입법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당분간 대행을 맡은 후 강기정ㆍ오영식ㆍ최재성 등 전직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후임 정무수석에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도 전망된다. 검찰의 전 수석을 향한 수사가 검찰개혁, 검ㆍ경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 개혁 방향에 대한 조직적 반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일련의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보복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와 함께 개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g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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