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내달 5일 러의 평창행 논의
러시아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자격 정지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WADA는 2015년 11월 러시아 육상선수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적발한 뒤 러시아 약물 검사 기관인 RUSADA의 자격을 정지했다. 그리고 2011∼15년 30개 종목에서 러시아가 선수 1,000명의 도핑을 조작한 사실을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수용하라고 RUSADA에 지시했다. 또 RUSADA에 보관 중인 소변 샘플에 접근 권한을 러시아 정부가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지 못했다.
WADA가 RUSADA를 약물 검사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러시아 선수들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관 국제대회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주관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 이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IOC는 다음달 5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의 평창행 허용 여부를 논의한다. IOC 차원에서 러시아 전 종목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금지할지, 아니면 이번에도 종목별 국제경기단체(IF)에 공을 넘길 지가 관건이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이 불거진 뒤 IOC는 지난 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때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 여부를 IF 재량에 맡겼다. IAAF와 국제역도연맹(IWF)은 육상, 역도 종목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불허했지만 나머지 종목에는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IOC가 대회 흥행과 후폭풍을 우려해 한 발 물러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크레이그 리디 WADA 위원장은 이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RUSADA가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WADA는 어느 나라가 국제경기에 참가할지 결정할 권리가 없다. IOC는 RUSADA가 규정을 준수해 지위를 되찾기 바랄 것이다. (IOC 결정까지) 앞으로 2주 반 정도 남았는데 그 동안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뒀다.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 역시 “WADA는 도핑 규정 준수 여부와 관련한 결정만 할 수 있고 이후에 다른 기관들이 (러시아의 참가 여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공을 IOC로 돌렸다.
도핑 파문이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리디 위원장은 “월드컵에서 RUSADA 관련 중요한 이슈는 샘플 분석이다. 주최국을 벗어난 다른 곳에서 분석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이날 WADA 이사회에 개최국 대표로 참석해 “선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하는 도핑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날 논의가 2018 평창 대회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도핑으로부터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첫 걸음이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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