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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문자 빨랐지만 갈 길 먼 ‘지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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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문자 빨랐지만 갈 길 먼 ‘지진 대응’

입력
2017.11.16 16: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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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설계율 6.8% 여전히 저조

옥외 대피소 이용 제로

국민행동요령 등 홍보 부족

경주 5.8지진, 포항 5.4지진 정부 대응 비교
경주 5.8지진, 포항 5.4지진 정부 대응 비교

지난 해 ‘경주 5.8지진’에 이어 15일 발생한 ‘포항 5.4지진’으로 ‘한반도 지진안전지대’를 운운하는 것은 구문이 됐다. 이제는 지진이 흔히 일어나는 일상의 하나가 됐고,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 이후 정부의 대응능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였다. 포항 지진 직후 정부의 조기대응체계는 상당히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진이 일상화환 국가가 갖춰야 할 내진설계 등 근본 예방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와는 달리 재난 위험을 경고하는 긴급재난문자 통보시스템이 크게 개선돼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점은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에는 지진 발생 후 8분여가 지난 뒤에야 재난문자가 발송돼 ‘늑장 대응’ 논란이 일었다. 그마저도 진원지 반경 120㎞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 한해 재난문자가 송출됐다. 하지만 올해 포항 지진 상황에서는 최초 지진 감지 이후 19초만에 전국에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진원지에서 수백㎞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지진을 감지하기 전에 재난문자를 먼저 받았다.

또 지난해 지진대피소가 없다는 비판을 받은 정부는 이후 전국에 옥외대피소 8,155개소, 실내구호소 2,489개소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9쪽에 걸쳐 10가지 상황별 행동요령만을 담아 부실논란이 일었던 ‘지진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을 상황별ㆍ장소별 대처요령이 담긴 24페이지짜리 매뉴얼로 개선했다.

반면 오래 전부터 지적된 전국 건물의 내진설계 비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정부는 내진설계 기준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에서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강화했지만, 올해 전국 건축물 중 내진설계 비율은 6.8%에 불과해 경주 지진 발생 이전(6.5%)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의 건물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견인해야 할 공공시설물마저도 내진율이 43.7%(전국 공공시설물 10만5,448곳 중 4만6,111곳)에 그쳐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교시설의 경우 전체 2만9,558곳 중 내진율이 23.1%(6,828곳)에 불과해 학생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국민행동요령을 담은 책자 191만부를 210개 공공기관에 배부했지만, 민간기업에는 한 부도 배부하지 않았다. 또 국민참여형 훈련 역시 올해 10월 실시한 안전한국훈련 한 차례에 불과했다. 포항시에 옥외 지진 대피소가 415곳이 있지만 지진 직후 이 곳을 찾은 주민은 없었다.

한반도 아래 꿈틀거리는 450여개의 활성단층의 존재를 지도화하는 작업은 사반세기나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가 ▦재난발생 시뮬레이션 ▦재난전문인력 양성 등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거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건축물의 근무인원ㆍ가용인원ㆍ내장재 등을 감안해 재난발생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이에 따른 피해를 가정해 내진설계와 재난대응훈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방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중앙전문요원을 사전에 구성해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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