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서도 진동 감지
15일 경북 포항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여파가 전국적으로 감지되면서 평온한 오후를 누리던 시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화분 의자가 흔들리는가 하면 휴대폰 메신저가 불통이 되고 통화량도 폭주하는 등 그야말로 혼란했다.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에 있던 시민일수록 느끼는 진동이 더 컸다. 서울 여의도 빌딩 23층에서 근무하는 김현수(30)씨는 “재난발생 문자가 오고 2분 정도 후에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라며 “바퀴 달린 의자가 움직이자 직원들이 두리번거리며 의자를 부여잡았을 정도”라고 당시 급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성동구의 아파트 7층에 사는 이모(32)씨는 “오후 2시30분쯤 갑자기 장롱 문이 덜컹덜컹해 침대에 누웠더니 침대까지 흔들렸다”라며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고 밝혔다.
인천 주부 이모(37)씨는 “화분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느껴져 9층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복도로 나와 서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는 연제구 소재 건물 15층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이 진동에 놀라 실신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고, 충북 청주시 충북도의회 건물이 흔들려 당시 7층에서 행정사무 감사를 벌이던 의원들이 10여분간 정회하는 일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기 수원시 가정집 선반 위에 있던 화분이 지진 여파로 바닥에 떨어져 깨진 사진이 확산됐고, 경기 안산 지역 학교에서는 수업 중 TV와 책상, 화분이 일제히 흔들렸다는 등 제보가 잇따랐다.
지진 공포는 캠퍼스도 비켜가지 않았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 3층 건물에서 강의를 듣던 이모(23)씨는 “수업 중 빔프로젝터가 흔들려 학생 30여명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고, 광주 전남대 A(61) 교수는 “연구실에 앉아 있는데 한동안 건물이 흔들려 당황했다”며 “이런 지진을 경험한 것은 평생 처음”이라고 했다.
높이 555m에 달하는 국내 최고층 건물(123층)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도 진동이 일부 감지됐지만 다행히 큰 소동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17~123층에 위치한) 전망대 관람객 중 일부가 진동을 느낀 정도로 롯데타워는 규모 9 지진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된데다, 이날 측정된 건물 내 진도는 1 이하로 미미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메신저 불통이나 휴대폰 통화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표적 휴대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경우 이날 오후 사용량이 폭증, 메시지 송수신이 일시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진에 따른 관공서 신고나 안부 전화 등으로 휴대폰 통화 사용량도 평소보다 3배 가량 늘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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