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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매장서 건넨 주민증… 악! 요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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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매장서 건넨 주민증… 악! 요금폭탄

입력
2017.11.15 2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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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등 약자 명의 도용 대포폰

5년간 동의없는 개통 2만건 달해

피해자들 대부분 6개월 연체 후

채권추심 당한 후에야 피해 알아

기록 안 남는 스캐너 사용 등 촉구

휴대폰을 바꾸려고 지난달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은 최모(77)씨는 2년 전 자신 명의로 휴대폰이 하나 더 개통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깐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개통된 건 분명 사용할 줄도 모르고 써본 적도 없는 스마트폰. 누군가 이름을 도용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전에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대리점에서 복사했던 기억이 떠올라 판매점으로 달려갔지만 점포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최씨는 2일 대리점주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별생각 없이 휴대폰 판매대리점에 건넸던 주민등록증이 도용되는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본인 동의 없이도 제3자가 새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차명(대포)폰 개통이 대부분.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휴대폰 명의 도용 사례는 1만8,000여건으로 피해액만 약 113억원에 달한다.

피해는 노인 등 복잡한 가입절차 등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집중된다. 대리점에서 시키는 대로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도용되는지조차 모르고 피해를 당한다. 한모(68)씨는 지난 2월 종로구 한 대리점에서 “서류 처리가 덜 됐으니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가라”는 직원 말을 의심 없이 따랐다가 명의가 도용돼 경찰을 찾아야 했다.

일부 대리점 직원들은 대놓고 명의를 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10만~20만원 정도를 대가로 주는데,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이 주 타깃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정보를 팔았다가 몇 달 후 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수백만원짜리 ‘채권추심서’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 관계자는 “스스로 계약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사문서위조죄 등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명의 도용 사실조차 피해자들이 모른다는 게 문제다. 개통신청서에 주소와 연락처를 허위로 적어 피해자가 휴대폰 개통 사실을 알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요금이 연체되면 명의자 앞으로 채권추심서가 발송되는데, 태반이 그때서야 명의 도용 사실을 알게 된다. 방통위가 다음달부터 통신요금이 연체되면 실제 사용자뿐 아니라 명의자에게도 3개월 안에 연체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지만 근본 대책이 되기엔 부족하다.

결국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올해부터 전국 대리점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기록이 남지 않는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관계자는 “‘엠세이퍼’ 홈페이지에서 명의도용가입제한 서비스에 가입하면 제3자가 자신 명의로 신규 가입하는 것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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