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갈등은 성장통과 같아
매끄럽게 풀지 못하면 골 깊어져”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한중 관계의 특징은 제3자적 변수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문제 해결의 과정과 내용이 이전보다 더 복잡해지는 데 있다. 미중 주도권 경쟁, 한미동맹 등의 외생변수가 대표적이다. 과거 마늘파동이나 고구려사 대립 등은 양국 간 문제로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3자적 변수의 개입으로 문제 해결이 복잡해졌다.
한마디로 규정하면 실서(失序)의 시대다. 질서가 없는 상황으로서 불확실성, 불예측성이 높아졌다. 현재 미국은 동아시아에 안정적 규범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은 규범을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이런 규범 공백상태에서는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안보 자율성이 극대화된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실서의 상황은 새로운 시대의 한중 관계를 모색하는 데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1992년 한중수교의 초심을 살펴보면 해결의 단초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 변화에 따른 큰 틀의 전략적 비전을 추구했다. 당시 양국은 유엔헌장 원칙에 따라 영토보전의 존중, 상호 내정불간섭 등에 동의했고, 중국은 조기 한반도 통일을 존중했다.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회담에서 “초심을 잊지 말자”고 전한 바 있다.
대나무가 높고 곧게 자라는 이유는 중간에 매듭을 잘 짓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수교 25주년은 매듭을 만드는 상황이고 현재 한중 관계의 어려움은 일종의 성장통과 같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양국의 이해가 깊어져 친선관계가 지속될 수도 있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전략적 차이를 이미 알고 있는 만큼 이를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도 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구동화이(求同和易)를 강조했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이 다양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위기를 공동으로 통제하며 새로운 산업에 협력해 공동 진출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다음달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해상실크로드) 구상과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남ㆍ북ㆍ러 3각 경제협력인 극동개발을 포함한 신북방정책)를 어떻게 결합시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작은 차이보다 큰 전략적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지 집중한다면 이러한 협력이 북핵 문제를 푸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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