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전 주중대사는 15일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합의에 대해 “한마디로 잘 된 교섭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국 기업과 국민이 응당 받았어야 할 중국 정부의 유감 표명이 없었던 것은 물론 한국은 차관급, 중국은 차관보급이 협상 대표로 임하는 등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중국에 편향적인 교섭이었다는 것이다. 한중관계 회복을 중시하는 입장인 이 전 대사의 이 같은 비판은 이번 합의가 그만큼 중국에 일방적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한ㆍ중 수교 25주년, 새 패러다임을 찾아서’를 주제로 열린 ‘2017 차이나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 전 대사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한중 간 협의 결과와 관련 “국가관계에 있어 형식은 때로는 내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중국은 차관보급이, 한국은 차관급이 교섭 상대였다는 것은 찜찜하다”고 밝혔다. 남관표 국가안보실(NSC) 2차장의 협상 상대로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내보낸 것 자체부터 동등한 형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한중 간 협의 결과 하루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NO 입장(사드 추가 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한미일 3국 군사동맹 비추진)을 천명한 데 대해서도 “(강 장관의 발언) 바로 다음날 한중 간 합의문에 중국이 3가지 사안에 대해 우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찜찜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한마디로 잘 한 협상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이 전 대사는 “합의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입장은 찾을 수 없다”며 “양국 간 비정상적 관계를 초래한 데 대해 미안하다든지 본의가 아니었다든지 내용을 담았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 관계 청산-11월 정상회담-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이라는 한중 간 외교일정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같다고 이 전 대사는 꼬집었다.
동시에 중국 측에도 상대국이 가진 관점을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으로서도 자신들의 핵심 국가이익에 대한 한국의 지속적 이해와 기대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중요하다”면서 “상대가 처한 상황을 진정한 이웃국가로서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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