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음주 장면이 갈수록 늘어나자 정부가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가이드라인 문구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2017년 음주폐해 예방의 달’ 기념식을 갖고 ‘절주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연예ㆍ오락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혼술’ ‘우정주’ 등 음주 문화를 미화하고 조장할 수 있는 음주 장면이 지속적으로 방영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건강증진개발원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의 드라마에서는 편당 1.1회 음주 장면이 등장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3회로 늘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음주 장면 역시 같은 기간 0.2회에서 0.3회로 증가했다.
가이드라인 내용은 ▦음주 장면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넣지 말아야 한다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음주와 연관된 불법 행동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 ▦음주와 연계된 폭력·자살 등의 위험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은 묘사해서는 안 되며, 어른들의 음주 장면에 청소년이 함께 있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도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등이다.
문구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방송 제작자들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도 존중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절충점을 찾다 보니 그랬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도한 것은 정부지만 가이드라인 내용은 교수, 방송작가, 방송제작자협회, 시민단체, 방송통신심의위윈회 등 전문가로 이뤄진 민간 협의체가 만들었다. 복지부와 건강증진개발원은 앞으로 TV 모니터링을 강화해 지침에 어긋나는 사례가 있으면 방송국에 지침 준수의 필요성을 권고할 예정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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