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 왔던 목표 두 개 올해 다 이뤄”
2월 카네기홀에 성공 데뷔
4일엔 베를린 필과 첫 협연
19일 서울서 또 협연 이어가
“테크닉에서는 젊은 지금이 절정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가로서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은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공연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연주회는 티켓 발매 몇 초 만에 매진되고 있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콘서트장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한다. 정작 조성진 자신은 이러한 인기에는 무덤덤하다. “관객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쓴 위대한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에 공연을 한다”고 말한다. 조성진 열풍이 쉽게 식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쁜 연주 활동으로 언론과 대면하기 어려웠던 조성진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조성진은 세계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베를린 필)와 서울 무대에 함께 오른다.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거장 사이먼 래틀 지휘로 베를린 필과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연주한다.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로서 꿈꿔왔던 목표를 올해 다 이뤘다. 그의 꿈은 쇼팽 콩쿠르 우승이 아닌 미국 뉴욕 카네기홀 독주회와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었다. 조성진은 지난 2월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 리사이틀에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무대는 지난 4일 독일에서 열렸다. 조성진은 “어렸을 때부터 베를린 필과의 연주가 꿈이었기에 무척 뜻 깊은 무대였다”며 “쇼팽 콩쿠르에 나갔을 때처럼 열심히 준비했고, 무대를 마치자마자 안도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초 베를린 필과 협연할 연주자는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었으나 왼팔 건초염 증상으로 연주 일정을 취소했다. 베를린 필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제안한 조성진과의 협연을 기꺼이 받아들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홍콩에 이어 서울에서 함께 연주하게 됐다. 이번 공연은 래틀이 베를린 필의 예술감독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이라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조성진은 “음악가들의 생각과 조언을 듣는 걸 좋아한다”며 “래틀과도 리허설을 마친 후, 조언을 구하니 친절히 아이디어를 내주어서 음악적인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조성진은 2년여 동안 200회 이상 연주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예술가들 중에는 수년간 목표했던 무언가를 이루고 난 뒤 밀려드는 허무함을 털어놓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조성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새로운 목표를 “재초청을 받는 것과 좋은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조성진은 자신의 무대를 사랑하고 즐기는 연주자다. “연주회는 늘 스스로 좋아서 하는 거라 행복감을 느끼면서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쇼팽 콩쿠르를 거치며 단련된 탓인지 그 이후 무대에서 크게 긴장해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조성진에게 기억에 남는 연주를 물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갈라 콘서트, 3월 다닐 트리트노프를 대신해 올랐던 엑상프로방스에서의 연주, 게르기에프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주했던 차이콥스키를 만족스러운 연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오사카와 베로나 리사이틀, 그리고 베를린 필과의 협연무대네요.”
조성진은 자신의 목표를 피아니스트로서 커리어, 음악가로서 꿈, 그리고 ‘인간 조성진의 꿈’으로 나눠 설명했다. 인간 조성진의 꿈은 너무나 단순하면서 당연하게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건강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게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 중요한 것 같아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되기란 쉽지 않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도움을 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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