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heavy heart)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간접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호찌민시 응우옌 후에 거리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개막식 영상 축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영상에서 베트남전을 언급한 후 “그렇지만 이제 베트남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영상 자막은 영어와 베트남어로 표시됐다.
엑스포 조직위 관계자는 “‘마음의 빚’의 의미를 베트남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많은 설명을 했고, 이에 가장 맞는 베트남어 표현을 골라 상호 이해 아래 개막식에 영상이 전달됐다”며 “비공식적으로 해당 표현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고맙다는 표시를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현재 문 대통령의 이 ‘사과’ 소식을 전한 베트남 언론은 한 곳도 없다. 베트남에는 800여개의 인쇄 매체, 260여개의 채널(60개 방송국), 400여개의 인터넷 매체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베트남 참전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방한한 쩐 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호찌민 묘소에 헌화한 뒤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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