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신태용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KFA 제공.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기사회생한 신태용(47) 감독은 올해 마지막 2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얻은 수확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한결 여유를 되찾은 얼굴로 “동아시안컵(12월)에서는 더 악착같이 뛸 것이다. 한국 축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벼랑 끝 상황에서 태극전사들의 정신력과 투혼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을 노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의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었고 나흘 뒤인 14일에는 동유럽의 다크호스 세르비아(FIFA 랭킹 38위)도 혼쭐을 내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팬들이 납득할 만한 경기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11월 홈 평가전마저 안 좋다면 스스로 옷을 벗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축구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던 감독 재교체설은 쏙 들어가게 됐다. 위기를 정면 돌파해 여론을 돌리고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데 의미를 둘 만한 평가전 결과다.
전술적으로는 4-4-2의 완성도가 두드러졌다. 세르비아전에서는 손흥민(25ㆍ토트넘)을 원톱으로 두고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이 뒤를 받치는 4-4-1-1로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세 줄 블록은 나란히 서서 짧게는 20m, 길게는 40m의 폭을 유지하며 흐트러짐 없이 전ㆍ후진을 반복했다. 상대가 사이 공간으로 침투할 때 둘러 싸버리는 압박과 조직력은 불안한 수비를 상당부분 해소시킨 밑바탕이다. 손흥민과 이근호(32ㆍ강원FC), 이정협(26ㆍ부산아이파크), 구자철 등이 번갈아 맡은 최전방에서부터 적극 수비에 가담한 결과 공포의 세 줄 수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압박해서 상대 볼을 끊기 위해 쓰는 4-4-2 세 줄 수비는 빠른 역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촘촘한 폭을 어렵게 뚫고 들어오려는 공격 작업을 차단한 뒤 곧바로 두 세 번의 간결한 전진 패스로 빠르게 이어나가는 역습은 강팀을 상대로도 위력을 발했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손흥민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최적의 파트너로 이근호를 발견한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수확이기도 했다. 빈 곳을 찾아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이근호로 인해 파생되는 공간을 손흥민이 잘 찾아먹었다. 세르비아를 진땀 빼게 만든 후반전 역시 이근호가 투입되면서 손흥민에게 몇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손흥민은 빠르고 양발을 다 쓰며 마무리 능력까지 갖췄지만 공간이 열려야만 이런 삼박자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근호의 활약은 대표팀에 천군만마다.
반전의 11월이지만 그래도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아직 낙관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 32개 본선 참가국 중 최하위권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점유보다 속도와 템포로 요약되는 신태용식 축구 색깔에 맞는 선수들을 이른 시간 내에 골라내고 본선을 대비한 지키는 축구를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문성(43) SBS 해설위원은 “두 차례 평가전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돌아섰던 축구 팬들의 마음을 다시 얻은 것”이라며 “투지와 과감한 슈팅 등 대표팀이 잘했지만 완성도는 아직 부족하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이다. 모든 준비는 월드컵 본선을 가정하고 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신태용식 축구가 점유보다는 속도와 템포에 있다면 그에 맞는 선수를 빨리 가려내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월드컵 본선에서는 모든 상대가 우리보다 강해서 수비적으로 싸워야 될 공산이 높다. 따라서 스리백에 3-5-2도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신 감독에게는 상대의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개선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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