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분야 소비-투자 유도 위해
세금 깎아주는 ‘조세지출’ 허점
66%가 일몰 없이 무기한 집행
보험료 소득공제는 年3조 달해
일몰 도래 항목만 예산 심의 맹점
모든 조세지출에 일몰 도입해야
일몰(법ㆍ제도의 효력이 끝나는 것) 시점을 정하지 않고 기약 없이 깎아주고 있는 세금이 연간 2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직접 돈을 쓰는 ‘재정지출’과 함께 정부의 정책수단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기한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장차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우려가 적잖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정부의 2018년 조세지출예산서를 토대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33개의 조세지출 제도 중 무려 82개 항목(35.0%)이 일몰 규정 없이 사실상 영구히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었다. 조세지출이란 정부가 특정 분야 소비나 투자 등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아예 받지 않거나 덜 받는 것을 일컫는다. 원래 받아야 할 세금을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것(재정지출)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올해 국회에 낸 내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일몰 시점 없이 세금을 감면하는 액수는 총 24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내년 조세지출예산서상 총 조세지출액이 37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66.4%가 일몰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몰 없는 조세지출은 2015년 23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21조 7,000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3조원 가까이 불었다.
더구나 일몰 없는 조세지출 항목(82개)은 평균 감면액이 3,000억원에 달해, 일몰 있는 조세지출 항목(151개)의 평균 감면액(822억원의) 4배에 달했다.
일몰 없이 운영되는 조세특례 중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보험료를 소득공제(과세기준이 되는 소득을 줄여주는 것)하거나 세액공제(세금을 직접 빼주는 것)해 주는 특례인데, 연간 3조94억원이나 됐다. 이 특례는 1977년 도입된 것으로 사실상 영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세지출이다. 이밖에 부가세가 없는 면세 농수산물을 매입하더라도 일정한 금액을 세액에서 빼 주는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2조 6,161억원ㆍ77년 도입), 연구ㆍ개발비용 세액공제(2조2,709억원ㆍ94년 도입)도 조세지출 규모가 크면서 오래 된 특례들이다.
조세지출이 재정지출과 다른 점은 국회 등의 감시와 견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데에 있다. 재정지출의 경우 매년 정기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낱낱이 통제를 받지만, 조세특례는 한 번 제도가 생기면 일몰시까지 큰 변화 없이 쭉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일몰까지 없다면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나랏돈 지출이 사실상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은 채 나가는 셈이다.
일몰 없는 조세지출은 정부 자체 관리도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 조세지출 심층 평가는 일몰이 도래한 항목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일몰 없는 조세지출에도 일몰규정을 도입해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일몰 없는 조세지출을 없애고 모든 조세지출에 일몰을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기간 경기부양 같은 목적에는 2~3년의 짧은 일몰을 적용하고 소득재분배 등 구조적 문제에는 최대 7년 정도의 긴 기한을 적용하는 안이 제시되고 있다. 문예영 배화여대 교수는 “항구화된 조세특례에도 당초 정책적 목표가 달성됐는지 평가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며 “정책목적을 달성했거나 효과가 적은 것으로 판단되는 제도는 곧 바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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