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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도 이제 휴대폰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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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도 이제 휴대폰으로 산다

입력
2017.11.1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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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전차종 온라인 판매 시작

‘e-쇼룸’ 견적 서비스로 차값 산출

청약금 결제 후 영업점서 계약

대리점-일자리 축소 우려에

현재는 단협으로 온라인 판매 금지

당장 업계 대세가 되긴 힘들 듯

직장인 이순규(31ㆍ가명)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구매하려던 중 르노삼성차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휴대폰으로 구입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자동차 종류 선택부터, 색깔, 인테리어, 액세서리 등 다양한 옵션을 고르면 자동으로 견적이 나왔다. 궁금한 사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의하자 실시간으로 응답이 왔다. 이씨는 “지인이 타는 차라 여러 번 살펴봤기 때문에 굳이 매장에 갈 필요가 없었다”며 “클릭 몇 번만 하면 구매가 가능해 편리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영업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입차 업체들이 먼저 도입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하나둘 온라인 영업을 도입하고 있다. 아직은 대리점 상담 없이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면 영업직원이 찾아와 나머지 절차를 밟는 온ㆍ오프라인 연계시스템이지만, 본격적인 온라인 판매의 첫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가 13일부터 홈페이지에 모든 차종을 선택해 견적을 내도록 하는 ‘e-쇼룸’을 업계 최초로 공개한 이후,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픈 당일 견적을 뽑아 본 소비자가 2만1,000명에 달했을 정도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원하는 옵션에 탁송비까지 포함한 차 가격이 산출된다. 온라인 간편 결제 또는 신용카드를 통해 청약금 10만원을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 결제와 자필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는 선택한 영업점에서 안내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난해 9월 QM6만 한정해 온라인 구매 청약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고객 만족도가 높아 전 차종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수입차가 시작한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오픈마켓 티몬에서 재규어 XE 2.0 디젤 모델을 가격을 13%가량 낮춰 판매하기도 했고, 한국지엠(GM)은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옥션을 통해 ‘쉐보레 더 뉴 아베오 LT’를 팔았는데, 매진됐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올해 3월 국내에 진출한 미국 테슬라도 딜러 등 중간 판매자를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 재개를 앞둔 폭스바겐도 영업사원 이탈 등으로 위축된 판매망을 온라인 판매로 극복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대리점이 필요 없어 임대료, 인건비 등이 절약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판매 채널이 다변화되면 실시간 가격 비교가 가능해져 업체 간 할인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선 이미 온라인 자동차 구입이 보편화돼 있다. 테슬라 외에도 제너럴모터스, 볼보, BMW 등이 디지털 쇼룸을 개설하며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도 2015년 7월 영국에 1호 디지털 판매점을 개점한 데 이어 스페인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망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현지 딜러가 판매 증진을 위해 온라인 판매 도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온라인 판매가 당장 대세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대리점과 영업사원들의 일자리 축소 우려 때문에 대부분 회사가 노사간 단체협상으로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 상태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해 옥션을 통한 판매는 성공적이었으나, 노조 측의 반발로 추가적인 진행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자동차 온라인 판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외국은 완성차 업체는 생산을 주로 하고 판매는 별도 업체인 딜러가 하는 구조여서 할인 폭이 큰 반면 한국은 완성차 업체가 직영 대리점을 운영하거나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가격 경쟁 여지가 크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가격 통제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규제”라며 “더 늦기 전에 판매제도를 손을 보는 동시에, 영업직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일자리 창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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