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패션은 지구 온난화 등 가속되는 환경 문제 속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지속 가능한’이라는 말은 단지 환경 오염이나 인간의 안락한 삶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므로 노동 착취나 동물 소재의 윤리적 사용 등의 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연 소재라고 해서 반드시 환경이나 노동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면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면 농사는 많은 물과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킨다. 울의 경우에도 양을 대량 사육해야 하니 환경 오염으로 이어진다. 환경 오염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탄소 발자국’에 의하면, 울을 만들 때 발생하는 오염의 절반 정도가 양 사육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에 대한 여러 대안들이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 식물 펄프를 이용한 모달이나 텐셀, 료셀 등 레이온 계통이다.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대나무는 빨리 자라고, 물을 적게 쓰고, 농약도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면화 등에 비해서 환경 오염이 적다. 하지만 제조 시 오염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가 없다면 역시 환경을 오염시키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오리털, 거위털 같은 보온재도 털을 얻는 잔인한 방식이나 몸을 키우기 위해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RDS(책임 있는 다운 기준ㆍResponsible Down Standard)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살아 있는 거위의 털을 쓰지 않고, 강제로 먹이를 주입시키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사육되는 거위에서 나온 털이라는 인증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요새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RDS 등의 인증을 받은 구스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동물 기반 소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확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윤리적 패션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차라리 합성소재를 사용하라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퍼와 다운, 가죽과 실크, 울의 순서로 사용 반대를 확대해 가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유기농 면과 함께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섬유를 제시한다.
합성섬유가 포함된 이유는 재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트병 등의 석유 화학 제품 폐기물로 나일론, 폴리에스터나 플리스 등을 만들 수 있다. 재활용 합성섬유 생산은 일반 생산에 비해 자원 소비가 적거나 온실 가스 배출이 훨씬 낮고 이미 널려 있는 쓰레기를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내 기업이 만드는 재활용 나일론의 경우 폐기된 어망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문제는 합성소재의 경우 아직은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크릴 퍼는 코요테 퍼와 달리 극지방에서 호흡에 쉽게 얼어 버리고, 프리마로프트는 같은 부피의 구스 다운에 비해 보온성이 떨어진다. 자연 소재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재활용 제작 소재의 경우 같은 원단이어도 보통은 더 비싸다.
환경을 위해 합성섬유를 사용하는 일은 재활용 합성소재를 사용하고,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안 입게 된 옷을 그냥 버리거나 집에 내버려 두지 말고 제대로 된 기관에서 수거하는 등 적극적인 제반 활동이 있어야 성립한다. 순환 사이클을 벗어나면 그저 쓰레기가 되고 수거에 큰 사회적 비용이 든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는 일은 중요하다. 새로 소재를 생산하는 게 문제지, 이미 있는 소재를 재활용하는 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울이나 퍼, 캐시미어나 다운을 재활용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울 스웨터의 대안으로 재활용 울이나 플리스로 만든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방한 점퍼의 대안으로는 재활용 다운이나 프리마로프트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옷을 너무 많이 사고 너무 많이 버려서 비롯된다. 즉, 새로 소재와 옷을 만드는 건 아무리 친환경이라 해도 문제를 악화시킨다.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재활용 플리스로 만든 스웨터를 사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걸 오래 쓰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재활용류의 제품은 그 다음 선택지가 돼야 한다.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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