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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삼성반도체 노동자 뇌종양은 산재”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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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삼성반도체 노동자 뇌종양은 산재” 첫 판결

입력
2017.11.14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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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숨진 삼성전자 전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백혈병에 걸린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은 적은 있지만 뇌종양 인정은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이윤정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망인이 입사 전에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뇌종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반도체 사업장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우리나라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만 30세 무렵에 뇌종양이 발병했다”며 “해당 사업장이나 유사한 반도체사업장에서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 또는 비슷한 연령대 평균발병률보다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당인과관계는 원인과 결과 사이에 개연성이 통상적으로 인정된다고 보는 법리다. 법원은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당사자에게 의학적, 과학적인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마땅히 그렇다고 볼 만한지를 증명하도록 한다.

이씨는 1997년 만 17세에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해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 6년 2개월만인 2003년 퇴직했다. 2010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씨는 공단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이씨는 2012년 5월 투병 중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숨졌고, 소송은 유족이 이어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납, 포름알데히드, 극저주파 자기장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후 뇌종양 등이 발병했다”며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산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업무와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종양을 유발하거나 그 진행을 촉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고, 퇴사 후 7년이 지나서 뇌종양으로 진단받은 점 등에 비춰 업무와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퇴직 후 7년이 경과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며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상당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뇌종양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점과 함께 수년에 걸쳐 악성도가 높은 뇌종양으로 악화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는 근거도 들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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