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女 작가 붉은 가슴 울새 카드 게시
유럽 일부에서 울새는 남성 성기 상징 코드
페이스북의 과도한 제재ㆍ검열에 반발도 높아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울새(robin)가 그려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성인용’ 게시물로 간주해 차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아마추어 예술가 재키 찰리(52)는 지난달 하순 페이스북에 판매용으로 자신이 그린 동물 그림 크리스마스 카드를 게시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를 곧‘성인용’, ‘성적인’ 게시물로 간주해 차단했다. 찰리가 포스팅한 크리스마스 카드는 울새, 다람쥐, 사슴이 그려져 있는데 그냥 보기에는 ‘성적 요소’를 포착하기 쉽지 않다. 찰리는 페이스북의 차단 조치에 대해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며 “어디에도 선정적 요소는 없다”고 반박했다. 울새는 몸길이 약14cm인 참새목 딱새과의 작은 새로 ‘개똥지빠귀’로도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으나 유럽에서 흔한 철새다.
울새가 가슴에 붉은 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 그가 ‘붉은 가슴 울새(Robin Redbreast)’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최초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로 지금은 원형을 확인할 수 없다. 찰리가 페이스북에 10월 20일 사슴 그림을 게시하며 크리스마스 카드 작업이 끝났다고 알린 점을 감안하면 그 이후 울새 카드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찰리는 같은 달 27일, 자신의 게시물이 선정적인 이유로 삭제됐다는 글과 함께 울새 사진이 포함된 크리스마스 카드 게시물을 다시 올렸다.
물론 페이스북의 조치가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부 유럽에서는 울새의 붉은 가슴을 남근의 색과 비슷하다고 보고,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이해했다. 유럽 전래 민요에서 유럽 울새는 ‘콕 로빈(Cock Robin)’, 또는 ‘붉은 가슴 로빈’라고 불리는데, 콕(cock)은 일반적으로 수컷 새를 의미하는 속어이자 남자의 성기를 은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울새 그림 자체를 제재한 조치가 황당하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찰리의 페이스북 계정에 “앗, 내가 사랑하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무슨 일이…”, “아마 동물들이 다 벗고 있어서 제재한 건가요?”라는 댓글로, 페이스북의 처사를 꼬집고 있다.
페이스북의 과도한 제재가 논란이 된 일은 처음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1972년 퓰리처상을 받은 ‘네이팜탄 소녀’ 사진을 어린이 누드로 간주, 이 사진이 포함된 포스팅을 삭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네이탐판 소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에 놀라 알몸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베트남 소녀의 사진으로 1972년 최고 언론상인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박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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