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ㆍ면세점 등 손님 맞이 ‘환호’
주민은 “무질서 재현될라” 우려
“관광체질 개선없이 유커 오면
중국시장에 또 좌지우지될 것”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가 다시 온다는 소식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그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안보여서 조용하고 좋았는데 또 오나요?”
한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무드에 제주지역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관광 중단 조치 이후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과 호텔 등은 돌아올 유커를 크게 반기고 있다. 반면 그 동안 무질서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저가관광 행태가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69만9,060명.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8만8,583명에 비교하면 무려 74.9%나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눈에 띄게 줄면서 유커가 주요 고객이었던 외국인 면세점과 호텔업계, 일부 상권 등은 7개월 넘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내 면세업체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제주 방문을 큰 기대감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지역 면세시장은 사드 이후 최대 70%까지 매출이 감소할 정도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외국인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중국 정부의 단체비자 허용이나 중국 항공사들의 제주공항 슬롯 확대 요청 등 가시적인 행동이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주를 찾기 시작하면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귀포시 한 특급호텔 관계자도 “사드 보복 이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비중이 30%에 달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전체 예약율이 예년보다 10% 정도 떨어졌다”며 “현재 본사 차원에서 중국 대형 여행사와 중국인 개별여행객에 대한 상품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같은 분위기가 단체관광객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나 음식점, 관광지 등은 ‘유커의 귀환’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워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제주에 몰리면 내국인 관광객들이 해외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 걱정하는 모습이다.
또 제주관광업계 내부에서도 그 동안 저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제주관광이 체질 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커 방문이 재개되면 제주관광이 또다시 중국시장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승찬 제주도 관광국장은 “앞으로 무등록 여행사와 가이드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를 가하는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관광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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