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필리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만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직접 거명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회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나 한국 기업들이 TSR을 이용할 수 있도록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열차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범정부적 지원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또 “문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의 투자 특혜계약이 2018년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는 현재 진행중인 한ㆍ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에 속도를 내는 데도 합의했다. 양국은 또 문 대통령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제안한 ‘9개 다리(9-Bridges) 전략’에 대해서도 정부간 논의를 더욱 심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신(新) 북방정책’을 공개하며 가스, 철도, 항만 등 9개분야를 핵심 협력 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영찬 수석은 아울러 “문 대통령은 극동수산물 가공 복합단지 등 수산 분야와 나호트카 비료공장 등 농업 분야 협력에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양국은 북핵 문제도 협의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 뒤 “한반도의 안정은 러시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착 원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마닐라(필리핀)=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