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검찰 조사서 크게 불안해한 듯
국정원장→비서실장…朴 최측근서 보좌
불미스러운 사태 예방 위한 조치로 관측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을 긴급 체포했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이었던 이병호, 남재준 전 원장을 모두 조사했지만 맨 마지막에 소환한 이병기 전 원장만 긴급체포한 것은 '심적 불안'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청와대 뇌물 상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이 전 원장을 14일 새벽 긴급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며 "향후 체포시한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 등 제반 상황'이라는 말은 통상적인 증거인멸 우려 등이 아니라 피의자의 '심리 상태'를 일컬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기존 5000만원이던 상납금은 이 전 원장 재직 때부터 1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했다.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직을 연달아 지낸 이 전 원장은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보좌한 핵심 측근 중 1명이라는 평가받는다.
검찰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여부와 경위, 용처 등을 캐물었다. 국정원 상납이 대가성을 띠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원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큰 심리적 동요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청와대에 뇌물을 상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오르자 강직한 성품으로 알려진 그가 스스로 상당히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 출석에 앞서서도 남재준(73), 이병호(77) 전 국정원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전 원장은 전날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에게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라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로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흘러간 사실을 시인하는 뉘앙스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당시 최고책임자 지위에 있었던 부담감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에 비춰 이 전 원장은 앞서 조사를 받았던 두 원장과는 달리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크게 보여 체포됐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검찰이 이 전 원장을 긴급체포하는 데 있어 고(故) 변창훈 검사의 투신 사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변 검사는 국정원의 사법 방해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지난 6일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원장 개인에 대한 부분은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 조치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전 원장이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크게 보여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변 검사 사례에 비춰봤을 때 검찰로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심리적 불안감이 클 경우 향후 상황 등을 감안해 신병을 확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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