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 의결권 행사 챙겨보라는 朴 지시 인지”
“삼성 대주주 이득 주고, 공단 추가이익 기회 상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61)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영)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이사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를 부적절하게 산출,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배임)를 유죄로 인정해 역시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올해 초 문 전 이사장을 합병 찬성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주식 의결권 행사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국정농단 관련자 가운데 첫 번째로 구속기소 했다.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위증한 혐의도 포함됐다. 투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었던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종용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에서는 1심과 같이 문 전 이사장이 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에게 지시한 사실을 문형표도 인지했던 걸로 보인다”며 범행동기가 없었다는 문 전 이사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병 안건을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는 최 전 수석의 법정 증언,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합병이 성사되도록 적극 챙기고 있었고, 문 전 이사장이 복지부장관직을 수행할 때부터 안종범 전 수석의 자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행정관들의 증언, 문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기금에 불리한 합병 안건에 투자위원회 찬성을 끌어냈다”며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산상 손해가 있었는지 판단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당연히 해야 될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될 행위를 함으로써 객관적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얻지 못한 소극적 손해를 야기한 것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공단이 캐스팅보트 지위에서 중간배당을 요구하거나 합병에 반대함으로써 합병비율 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는데도 부적절한 방법으로 시너지 효과를 산출한 뒤, 이를 투자위원회에 적극 설명해 합병찬성 의결을 요구했다”며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공단은 캐스팅보트 활용을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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