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압박 수단으로
법안 활용했을 가능성
전병헌 “논두렁 수사 재현 유감”
전병헌(59) 청와대 정무수석이 2014년 의원 시절 대표발의 한 홈쇼핑 규제법안이 폐기되고 대안 법안이 통과된 후 한국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 후원금 3억원을 받은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당시 전 의원은 이 협회 명예회장으로 있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후 후원금이 들어온 것과 관련해 롯데 압박 수단으로 법안 발의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5월 15일 대표발의 한 ‘전병헌 법(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홈쇼핑 재승인 관련 규제’를 제안 이유로 밝혔다. 조문에서도 홈쇼핑이 납품업체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 이득을 취하면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두 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당시는 롯데홈쇼핑이 이듬해 재승인을 앞두고 로비전을 펼칠 때다.
이 법안은 2014년 12월 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전 수석 안보다 제재요건 규정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문턱을 낮춘 대안 법안이 마련되면서 폐기됐으며, 전 수석은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앞서 이틀전인 2014년 12월 1일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홈쇼핑 재승인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랐던 셈이다. 이 법안은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대안법안은 홈쇼핑 등 방송사업자를 제재하는 경우를 ‘미래부 장관이 방통위부터 통보받은 때’로 한정, ‘전병헌 안’보다 후퇴한 안으로 평가된다. 전 수석의 안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사업자를 모두 제재할 수 있게 했지만, 대안 법안은 방통위는 조사하고, 미래부는 제재를 결정하도록 나눠 완화한 안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당시 입법에 참여한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전 수석은 홈쇼핑 승인 과정을 심각하게 문제제기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세가 톤 다운됐다”고 말했다. 물론 “대안 법안은 방통위가 홈쇼핑 채널에 대한 정부 간섭에서 조금 더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게 조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일각의 반론이 있기는 하다.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3개월 뒤인 2015년 7월 1일 미방위 회의에서는 백수오 환불정책과 관련해 “착한 홈쇼핑”이라고 칭찬했다. 롯데 측이 한국e스포츠협회 게임대회에 3억원을 낸 시점이다.
검찰은 홈쇼핑 관련 법안 처리와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 롯데 측 청탁과 게임대회 후원금이 교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 수석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있다. 검찰은 재승인을 전후해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이 전 수석을 만난 적이 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 수석은 이날 "과거 논두렁 시계 상황이 재현되는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과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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