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에서 통과되자 ‘김장겸 퇴진’을 외치며 2달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MBC 노조원들이 모인 13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은 이날 김 사장 해임안과 관련해 제8차 방문진 임시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화면을 통해 해임안 가결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해임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노조원들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는 방문진 이사들 표결이 끝나자 “참 오래 걸렸다. 징그럽게 오래 걸렸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4시쯤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 참석, 5명 찬성(김경환ㆍ김광동ㆍ이진순ㆍ유기철ㆍ최강욱), 1명 기권으로 김 사장 해임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자 노조원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위로하거나 눈물을 흘렸다.
허 아나운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김연국 MBC 노조위원장을 무대로 불렀다. 김 위원장을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가 이겼다”며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장겸 해임은 ‘MBC 정상화’의 신호탄”이라고 자축했다. MBC 본부는 “폐허로 전락한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는 역사적 첫 발을 뗐다. 김장겸은 공영방송 장악과 MBC 파괴의 상징이었다”면서 “초심을 잊지 않고,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공영방송의 반석 위에 MBC를 올려 놓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사장은 해임안 통과 직후 성명서를 내고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 방문진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취임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려고 온갖 권력기관과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말 나라다운 나라냐”면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정말 집요하고 악착스럽다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앞으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저녁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등이 참석한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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