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보호 VS 자유무역 입장차
내년 이후 단계적 합의 방안도
중국이 주도하는 16개국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이 무산돼 논의가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RCEP에 참여하는 16개국 무역ㆍ통상분야 장관들은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시작된 RCEP 협상은 당초 목표했던 올해 내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내년 이후로 논의가 연기됐다. 세코우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정한 진전은 보였지만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연내 타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협상해 조기 타결로 질높은 규칙을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무역부 장관은 “TPP가 아직 발효되지 않아 RCEP는 아시아에서 대규모 다국간 자유무역의 틀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진전이 큰 분야도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CEP는 한중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무역자유화협정이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인구 34억명, 국내총생산(GDP) 20조 달러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생긴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유럽연합(EU)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 자리잡는 것이다. 16개국은 9월 필리핀에서 각료회의, 지난달 한국에서 고급 실무회의를 열고 협상타결을 위한 속도를 내왔다. 특히 RCEP 논의를 주도하는 중국은 빠른 결론에 이르길 기대해왔다.
하지만 자국시장 보호를 우선하는 인도ㆍ중국과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는 일본과 호주 등의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무역협상 부문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규칙 정비를 요구하는 일본과 국외 데이터 유통을 제한하는 중국 등 간의 대립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경제대국과 미얀마 등 개발도상국간 경제규모 차이가 커 각각 판이한 이해관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된 상태다. 이들 국가는 내년부터 전자상거래, 통관, 금융, 통신, 무역구제, 정부조달, 법률제도 등과 관련한 논의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참가국 장관들이 교섭 횟수를 늘리고 15개 주요항목에 대한 협상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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