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핑기구 16일 서울 회의 이후
2012년~2015년 8월까지
러 선수들 약물검사 데이터 공개
평창 출전 가능할지 주목
러시아의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를 놓고 전 세계가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도핑방지 활동을 총괄하는 기구인 세계반도핑기구(WADA) 이사회와 집행위원회가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WADA 집행위원회 위원 12명과 이사 38명을 포함해 30개국 150여 명이 참석한다. WADA는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스캔들을 입증할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현재 분석 중이다. 서울에서 진행될 집행위원회(15일)와 이사회(16일) 후 이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크레이그 리디 WADA 위원장,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설명할 방침이다.
만약 러시아가 국가 주도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자국 선수들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2018 평창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ADA 정보조사부는 지난 10월 말 러시아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도핑 추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열쇠인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했다. 이 자료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반도핑기구가 실시한 러시아 선수들의 모든 약물 검사 데이터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반도핑기구의 내부고발자가 이 자료를 WADA에 넘겼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관련 내용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WADA 분석으로 밝혀질 추가 정보가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가로막는 핵심 증거가 될 것이며 오는 12월 5일부터 사흘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될 러시아의 징계 수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WADA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직전 5년간 러시아가 자국 선수들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고 폭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연루된 선수만 30개 종목, 1,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을 부인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의혹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IOC는 리우올림픽 개막을 약 열흘 앞두고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었으나 러시아의 올림픽 참가 전면 금지 대신 출전 여부는 해당 국제경기단체가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육상, 역도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는 선수단을 파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IOC가 대회 흥행과 후폭풍을 우려해 절충안을 내놨다는 해석이 나왔다.
IOC는 계속해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금지약물 복용 의심 선수를 정밀 추적했고 최근 러시아 스키선수 6명을 적발해 이들의 소치올림픽 메달을 박탈하고 올림픽 무대에서 영구 퇴출시켰다.
WADA가 현재 분석 중인 데이터가 러시아의 도핑 조작이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는 걸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이라면 러시아는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9월 미국과 영국 등 17개국 반도핑기구는 공동 성명을 내고 평창올림픽에서 러시아를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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