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주민참여예산 뽐내더니
모바일 투표 2년째 오류 발견
올해 투표수 < 득표수 황당 집계
프로그램 잘못 뒤엔 ‘깜깜이’ 운영
현장투표 결과도 조작 의심 나와
구청 “대책 논의할 계획” 말만…
2003년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ㆍ시행 중인 광주 북구가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할 주민참여 제안사업을 선정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모바일 전자투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구는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오류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표 집계 처리 결과가 엉터리였는데도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 추락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는 주민들이 직접 발굴ㆍ제안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공모 결과, ‘꿈을 만드는 job 스케치’ 등 6개 사업이 내년도 정책사업(사업비 4억1,200만원)으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9월 14~23일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모바일 투표 결과와 같은 달 28일 예산참여시민위원(153명)들의 현장 투표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한 것이다.
북구는 모바일 투표와 현장 투표에 참여하는 투표자들에게 공모 과정에서 담당 부서의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적합 평가를 받은 주민제안사업 18건 중 3건씩을 복수 선택한 뒤 투표하도록 했다. ‘1인 3투표’를 원칙으로 한 것이다. 실제 모바일 투표는 투표자가 1인 당 3개의 사업을 반드시 선택해야만 최종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겨 전체 투표자가 1,274명임에도 전체 득표수는 실제(3,822표)보다 13표나 많은 3,835표로 산출됐다. 이 같은 투표수와 득표수의 불일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실시된 모바일 투표 때도 투표수 집계에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모바일 투표 당시 전체 투표수는 2,122표로 집계됐는데, 이를 1인 3투표에 따라 실제 투표자를 뽑아 보면 707.33명이 나온다. 투표자 수가 정수가 아닌 소수점 단위로 산출되는 황당한 투표 결과인 셈이다. 앞서 북구는 2017년도 주민참여 제안사업 선정을 위해 지난해 732만원을 들여 A업체에 용역을 의뢰, 구청 전산실에 모바일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 오류가 2년째 계속됐지만 북구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바일 투표 시스템은 기술적 문제가 완벽하지 않아 언제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도 북구는 집계상 투표 결과만을 그대로 믿고 기본적인 대조 검표 작업조차 하지 않았다.
모바일 투표 운영ㆍ관리가 엉망인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북구는 주민제안 공모사업 제안자들의 사전설명회(9월 18일)를 개최하기 4일 전부터 미리 모바일 투표를 진행해 사실상 ‘묻지마 인기투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투표 관리 부실을 둘러싸고 시스템 해킹 위험이나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모바일 대리투표를 통한 민심 왜곡 우려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일각에선 모바일 투표 무용론도 불거지고 있다. “관(官) 중심 예산 편성 탈피”, “주민 참여”라는 화려한 단어들로 포장된 주민제안사업이 되레 예산 편성의 공정성에 대한 주민 불신만 키운 셈이다.
전체 예산참여시민위원의 54%(83명)가 투표에 불참한 현장 투표도 대표성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투표자의 현장 투표와 기표 내용이 다르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한 주민제안 공모사업 제안자는 “시민위원 B씨가 현장 투표 때 자신이 거주하는 동(洞)과 관련된 사업에 한 표를 찍었다고 하는데 실제 투표용지 확인 결과, 해당 사업에 기표가 돼 있지 않았다”며 “또 다른 위원은 현장 투표를 했다면서도 어디서 투표를 했는지 제대로 말을 못하더라”고 말했다. 투표 조작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투표 결과)조작을 하겠느냐”며 “16일 예산참여민관협의회 회의를 열어 모바일 투표 프로그램 오류 문제 등에 대한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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