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ㆍ리커창 서열 1, 2위 방문
美대신 아ㆍ태 영향력 강화 총력
차이나머니로 전방위 경제 협력
미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자평한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국제무대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미국을 대신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1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부터 베트남과 라오스를 국빈 방문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제20차 중국ㆍ아세안(ASEANㆍ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제20차 아세안+3(한국ㆍ중국ㆍ일본) 정상회의, 제12차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하기 위해 12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중국의 권력 서열 1,2위 지도자가 동시에 베이징(北京)을 비우는 것도 흔치 않은 상황에서 일제히 동남아 순방에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달 제19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한 뒤 동남아를 첫 순방지로 택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금껏 미국 의존도가 컸던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영향력 확대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실제 시 주석이 집권 2기의 첫 국빈 방문국으로 선택한 베트남은 공산당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공통점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미국과 부쩍 가까워진 상태이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아세안 내 베트남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중국으로서는 시 주석이 내세운 신형 국제관계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포섭해야 할 대상이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증진키로 하고 남중국해 공동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해양 협력도 추진키로 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참여 기회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양랑일권(兩廊一圈ㆍ중국~베트남 철도 건설)을 추진키로 하는 등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경제ㆍ투자ㆍ인프라ㆍ금융분야 등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리 총리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동남아 국가 지도자들과의 연쇄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맹방이자 남중국해 분쟁의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도 지난해부터 중국과 부쩍 가까워진 필리핀에겐 대규모 경제협력ㆍ투자 선물보따리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앞서 지난 9월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싱가포르가 차기 아세안 의장국이 되는 걸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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