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73)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정창배 서울경찰청 차장은 13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이날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가 지난달 2일과 12일, 이달 9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김 전 회장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했음에도 “신병 치료 때문에 출석하기 곤란하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경찰에 따르면 자신의 여성 비서 A(31)씨를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지난 9월 고소당한 김 전 회장은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7월부터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김 전 회장 쪽에서 경찰에 보낸 현지 의사소견서엔 “김 전 회장 치료가 빨라야 내년 2월에나 끝나 당장 귀국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은 김 전 회장이 귀국하는 즉시 공항에서 체포해 조사할 수 있고, 현지 구인도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 여부는 체포영장 결과를 보고 검토할 예정”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에 DB그룹 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당장 귀국하기 곤란하다고 소명했음에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니 유감”이라면서 “의사 허락이 떨어지는 대로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단 입장엔 변함 없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을 고소한 A씨는 올해 2~7월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수십 차례 강제로 만졌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스마트폰 등에 담긴 영상과 녹취록을 증거물로 제출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9월 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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