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수당 대표” 일성 불구하고
의석수 11석 불과… 앞길은 험난
1여多야 구도론 지방선거 ‘필패’
중도보수 통합 여부가 시험대
대선 패배 세 후보 6개월 만에
野 대표 나란히 맡은 진기록도
유승민 의원이 13일 바른정당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의원 9명의 탈당으로 원내 교섭단체 지위마저 박탈 당한 위기의 상황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유 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중도보수 통합’을 외쳤지만 당 안팎의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대표로 선출된 뒤 “가짜 보수당이 아니라, 진짜 보수당의 대표로 뽑아주셨다”며 “개혁보수의 창당정신, 그 뜻과 가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또 당내 상황을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고 표현하면서 “강철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긴 했지만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의석수가 11석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당장 당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추가 탈당자라도 생기면 유 대표의 리더십은 급격히 와해될 수도 있다. 물론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이 ‘한 달 안에 중도보수 통합 논의를 진전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된 상태다.
때문에 중도보수 통합은 유 대표의 최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통합의 대상은 국민의당과 한국당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여다(多)야’ 의 구도로 치른다면 필패가 자명하기 때문에 통합은 3당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중도보수 통합이 가시화한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유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3당의 중도보수 통합과 결집을 위해 한국당, 국민의당과 논의할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어 “5당이 총선이 임박하기 전에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합의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면서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 고리 중 하나인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은 물론 개헌에 대한 구상도 드러냈다. 개헌의 방향으로는 “4년 중임 대통령제가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유 대표의 통합 논의 제안을 곧장 일축했다. 장제원 한국당 신임 수석 대변인은 “이미 한국당 중심의 보수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 대표가 말하는 중도보수 통합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대표도 “이제 (통합의)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유 대표의 예방도 거절했다.
이날 바른정당 전대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화환을 보냈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석해 예우를 표시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김관영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사무총장은 “새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가 돼 더 큰 다당제의 길을 열어나가는 중심에 서시길 기원한다”는 의미심장한 축하 인사를 남겼다.
유 대표가 바른정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 3명이 선거 6개월 만에 나란히 당 대표를 맡게 됐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일정 기간 잠행하면서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던 관례를 깨는 진기한 기록이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중도보수 통합이나 대여투쟁의 공통과제를 떠안는 특이한 인연으로 엮이게 됐다. 각자 당내에 상당한 갈등 및 분규 요인을 안고 있는 3명의 대표가 향후 정국에서 어떤 협력ㆍ경쟁구도를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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