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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미국 산불ㆍ태풍에 희귀동물 위기

입력
2017.11.12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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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산붉은다람쥐
그레이엄산붉은다람쥐
멕시칸점박이올빼미
멕시칸점박이올빼미

미국에 대형 화재와 허리케인 피해가 잇따르면서 야생 동물들의 서식처도 위협을 받음에 따라 희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각종 화재로 월동용 먹거리가 부족해진 상태여서 야생 동물의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6월 애리조나주 피날레로 산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이 산맥의 최고봉인 그레이엄산에 서식하는 붉은다람쥐 35마리가 사라졌다고 미국 어류ㆍ야생동물국이 지난달 밝혔다. 일반적인 다람쥐보다 훨씬 몸집이 작은 아종인 그레이엄산 붉은다람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1970년대 발견돼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252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4만8,000에이커를 태운 올해 화재로 217마리로 개체수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들 다람쥐 서식처의 80%가 화재 피해를 입어 남은 다람쥐들도 올 겨울을 넘길 수 있는 먹이가 부족해 관계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어류ㆍ야생동물국 제프 험프리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상당수 다람쥐가 겨울 양식으로 저장해둔 나무 열매를 잃어버렸다”며 “이번 겨울에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살릴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피날레로 산맥 화재는 이런 희귀 다람쥐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 동물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숲지대 강물이 잿더미에 막혀 고이면서 관계 당국은 아파치 송어와 도마뱀을 구조했고,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에 분포하는 멕시칸점박이올빼미도 주요 서식처를 잃으면서 생존 기반이 취약해졌다.

지난달에 캘리포니아 와인 지대를 불태운 대형 산불 역시 야생 동물에게 큰 재난이 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약 400마리가 남아있는 희귀종인 노랑발가락산개구리는 화재 영향으로 강물이 말라버리면서 겨울나기가 힘겨운 상황이다. 북아메리카의 희귀종인 아마르고사 들쥐도 9월 캘리포니아 테코파 인근 아마르고사 분지의 화재로 초목이 부족해져 존멸의 기로에 몰렸다.

올 여름 유난히 피해가 컸던 허리케인도 또 다른 위협 요인이다. 지난 8월 허리케인 ‘하비’가 텍사스주에 상륙할 당시엔 ‘애트워터 큰초원뇌조 야생 보호지’에 있던 29마리 뇌조 중 겨우 5마리만 구조됐다. 이 보호지의 관계자는 “허리케인이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포획 사육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면 아마 멸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를 덮친 허리케인 ‘어마’ 역시 바브다섬의 휘파람새와 에브글레이드 국립공원의 우렁이솔개, 키스 제도의 키사슴, 붉은바다거북, 마이애미블루나비 등 수많은 야생 동물 서식지를 강타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야생 동물이 먼저 멸종 위기까지 몰리며 극심한 생존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큰초원뇌조
큰초원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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