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요구로 오늘 한국당 의총
“당 망했으면” 발언 돌려보며 전의
김무성 의총 불참할 것으로 전해져
내달 원내대표 경선이 진짜 승부
바른정당 탈당파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친박계와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복당한 의원들은 당분간 정중동의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 일정상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첫 일정은 13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다. 친박계 강성파로 통하는 이완영 의원 등 15명의 요구로 소집됐다. 김무성 의원 등의 일괄 복당에 반감을 가진 의원들이 주축이다. 지난 9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총에선 박대출 의원 등이 “절차를 무시한 복당”이라는 취지로 반발하기도 했다. ‘탈당자 중 해당 행위의 정도가 심한 자가 입당 신청을 한 경우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는 당규를 들며 문제를 삼는 의원도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거든 김무성 의원도 예외가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에는 복당파를 향한 감정의 앙금도 진하게 깔려있다. 최근 친박계 의원들은 복당한 황영철 의원이 지난 5월 19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 했던 발언을 다시 돌려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방송에서 황 의원은 ‘한국당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망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이 당 내분으로 격화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복당을 무위로 돌리려는 의도라기보다 문제제기 성격이 강한 데다 복당파 의원들도 첫 의총부터 날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김무성 의원도 이날 의총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대표 역시 절차상 문제제기에 “당헌ㆍ당규에 따라 합법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일축했다. 당 관계자는 “친박계도 복당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우리가 순순히 용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리는 기싸움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진짜 승부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나경원ㆍ조경태ㆍ한선교ㆍ홍문종(이상 4선), 김성태ㆍ김학용(3선) 의원이 거론된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친박 대 비박의 구도로 후보가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강성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과 옛 비박계로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
홍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협력하리란 관측도 나온다. 양쪽 모두 친박계 원내대표를 달가워할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홍 대표가 벼르는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의 제명 여부를 의결하는 의총 소집도 차기 원내대표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
복당파의 가세로 당내 역학구도도 복잡해졌다. 일단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홍계’에 맞서 강성 친박계가 ‘반홍’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다 옛 비박계의 구심점이자 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귀환해 ‘김무성계’도 한 축을 이루게 됐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친홍계와 복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 닦기가 필요한 김무성계는 당분간 협조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겐 당 혁신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할 경우엔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홍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내 지형도 함께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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