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 적폐 청산 지금이 적기”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노조, ’마트산업노조’ 출범
알바노조 “단체교섭 중 고용 보장하라”
여의도, 목동에서는 고공농성도
전태일 열사 47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도심에서 노동적폐 청산과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내 삶을 바꾸는 민주노총’을 구호로 내걸고 ‘2017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촛불 혁명의 요구와 지향은 계속돼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노동적폐 청산과 노조 할 권리·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권한대행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민중총궐기는 1,700만 촛불 혁명의 도화선이었다”며 “그러나 촛불 혁명 결과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바뀐 것은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 공약 이행,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달 말부터 치러지는 민주노총 직선 2기 집행부 선거 후보들도 참석해 각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 산별노조·연맹 조합원 등 최대 5만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참석했다고 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오후 4시40분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ㆍ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 북측광장까지 행진하고 정리집회를 연 뒤 해산했다.
건설노조ㆍ공공운수노조ㆍ금속노조ㆍ전국교직원노조 등 산하 산별노조는 오후 1시∼2시부터 서울역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노동기본권 보장과 법외노조 철회 등을 요구하는 사전집회를 열고 서울광장으로 행진해 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노조도 오후 1시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마트산업노조’ 통합 출범식을 연 뒤 노동자대회에 동참했다. 이들은 “뭉쳐야 갑이 된다”며 “대형마트가 생긴 20여 년 동안 우리는 노동3권이라는 단어와 별다른 인연 없이 살았지만 이제 마트노조로 똘똘 뭉쳐 함께 살고 함께 웃는 일터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마트산업노조는 하청업체와 파견업체, 용역 근로자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알바노조도 노동자대회 시작 전인 오후 1시 종로구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교섭하다 해고되면 무슨 소용? 맥도날드 규탄집회’를 열고 “맥도날드는 단체교섭 중 알바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알바노조 활동을 이유로 알바노동자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체교섭 중 해고는 사실상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 종이 봉투를 쓰고 발언대에 선 한 맥도날드 알바노동자는 “맥도날드에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안전화를 사비 5만5,000원에 구매했다”며 “맥도날드 노동자는 식대를 받지 못하고 매장 햄버거로 식사를 해야 한다”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이어서 그는 “알바노조가 단체교섭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했지만 맥도날드는 알바노동자들이 뭘 원하는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고공농성도 진행됐다.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정양욱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은 전날 오후 11시부터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영등포구 국회 인근 여의2교 광고탑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에서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관계자들이 오전 4시 30분쯤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굴뚝 높이는 약 75m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고공시위 현장 두 곳에 에어 매트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로 올라가는 인원이 없도록 주변에 경력을 배치하고 농성 해제를 설득 중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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