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껏 하게 두세요.”
1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엘가의 ‘사랑의 인사’,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등 친숙한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왔다. 여느 클래식 공연과 다른 점은 관객들에게 마음껏 소리를 내고 즐기라는 독려가 이어졌다는 것.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기획한 ‘클래식 스페이스’ 공연의 관객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공연계에서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누구나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공연들이다.
서울시향의 10일 공연은 지난 7월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을 관람하던 한 자폐 아동이 비명을 지르자 보호자는 아이의 입을 막은 채 도망치듯 객석에서 퇴장했던 일이다. 서울시향의 이번 ‘클래식 스페이스’는 장애인의 문화향유권 보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과 국내 최고 악단으로 꼽히는 공공예술단체가 기획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서울시향은 이날 관객들의 적극적 감상을 유도했다. 가족과 함께 둘러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원형 테이블과 좌석을 배치하고 이동이 자유롭도록 통로도 넓게 확보했다. 서울시 어린이병원 음악치료사들의 조언도 받았다. 이날 공연의 사회를 맡은 노승림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이전에도 장애인을 위한 음악회는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 뿐만 아니다. 시각적 효과가 중요한 뮤지컬 공연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인 스튜디오뮤지컬은 뮤직드라마 ‘아빠가 사라졌다’를 지난 3일 공연했다. 극중 등장하는 배우 한 명이 해설자 역할을 동시에 맡아 중간중간 어떤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지 설명한다. 무대 위에서는 수화 통역사가 동시 통역을 진행하고, 무대 옆 화면에는 자막을 제공하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배리어프리 공연이 널리 퍼지기에는 아직 장애물이 많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초대 공연이나 복지관의 초청 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티켓 판매로 수익을 얻기는 어려워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금을 받아도 1년에 한 두 편 이상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 스튜디오뮤지컬 관계자는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대형 뮤지컬 공연에서도 수화통역이나 자막이 제공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장애인들이 공연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노승림 전문위원도 “궁극적으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보는 음악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