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미디필더 카르도나, 인종차별 행위 사과/사진=콜롬비아축구협회 SNS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SAY NO TO RACISM(인종 차별에 반대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 그라운드 위 인종차별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내건 슬로건이다. FIFA는 ‘페어플레이와 함께 상대방을 존중하자’는 캠페인과 함께 차별성 행위들을 엄격하게 제재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축구장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 강호’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손흥민(25ㆍ토트넘)의 멀티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이 예상을 깨고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축구팬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평가전이란 취지가 무색하게 콜롬비아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거친 플레이와 비매너로 일관했고 그 중심에는 콜롬비아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25·보카 주니어스)의 인종차별성 제스처가 있었다.
그는 후반 18분 한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을 바라보며 양손으로 자신의 눈을 찢고 입을 벌리는 행위를 했고 이 모습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눈을 찢는 동작은 서양 문화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된다. 국제 축구 대회를 비롯해 유럽 프로축구 무대에서도 숱하게 논란이 됐던 장면이라 FIFA나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카르도나는 한국 관중들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고 평가전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구리엘, 월드시리즈서 다르빗슈에 인종차별 제스처/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경기 후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주요 외신들은 카르도나의 행위를 거세게 비판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휴스턴의 율리에스키 구리엘(33ㆍ쿠바)이 더그아웃에서 인종차별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면서 “카르도나 역시 FIFA 징계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리엘은 당시 LA 다저스 투수 다르빗슈 유(31ㆍ일본)를 상대로 홈런을 터트린 뒤 이같은 행위를 했다가 내년 시즌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카르도나는 경기 다음 날인 11일 SNS를 통해 “누구도 비하할 목적이 없었다. 후회한다”며 변명과 함께 사과를 남겼다. 앞서 구리엘의 해명 역시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였다.
FIFA는 인종차별 행위에 맞서 선수나 구단에 출전 금지, 벌금 부과와 함께 무관중, 승점 감점과 하부리그 강등 등 중징계 수단까지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이 펼쳐진 현장에 있었던 한 축구 관계자는 “그라운드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게 사실이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주로 선수에게 벌금이나 출전 정지 등의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 된다. 조금 더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6개월 전 국내에서 펼쳐진 'U-20 월드컵' 대회에서도 이제 갓 19살이 된 페데리코 발베르데(우루과이)는 골을 넣은 뒤 한국 관중들 앞에서 눈을 찢는 행위를 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처벌조차 없었다. 결국 콜롬비아 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사과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한국에 전했다. “한국 대표팀과 한국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 드린다. 이러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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