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ㆍ병원ㆍ통신회사ㆍ은행인 척
거짓정보 ‘행운의 편지’ 처럼 확산
‘운전 중 심장마비 땐 기침’ 등
의심스러운 메시지 전파 삼가야
심근경색증을 앓는 회사원 이일호(47)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밝힌 심근경색증 응급대처법’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운전 중 심장마비가 생기면 2초 간격으로 강한 기침과 심호흡을 하면 심장에 압력이 생기면서 발작이 안정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씨가 확인해보니 아산병원에서는 이런 문자를 발송한 적이 없다고 했다.
따뜻한속내과 은동엽 원장은 “미국심장학회에서도 이 방법에 대해 효용이 없다고 못박았고, 심폐소생술 교육에서도 없는 내용”이라며 “이 상황에서는 아스피린을 씹어 복용하고 119구조대에 연락하는 것이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대학병원, 통신회사, 은행 등 각종 기관을 마구잡이로 사칭하는 낚시형 SNS가 판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엉터리 정보 유통자들은 ‘행운의 편지’처럼 SNS를 통해 거짓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어 네티즌을 혼란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
경북 포항의 회사원 김지연(24ㆍ여)씨는 ‘9월15일부터 전화 한 통화만 하면 이동통신사 약정할인을 받는 사용자도 휴대폰 요금을 25% 감면받을 수 있다’며 이동통신 3사의 할인신청 전화번호가 적힌 메시지를 받았다. 김씨가 해당 통신사에 전화해보니 “휴대폰을 살 때 이미 기기 값을 할인받았기 때문에 추가 감면 혜택은 없다”는 말만 들었다.
서울에 사는 김모(52ㆍ여)씨는 최근 ‘I'm reading으로 시작되는 문자가 올 경우 주소를 누르면 사용자 연락처에 대량의 문자가 발송되고 3,000만원의 요금이 청구된다’는 NH농협발 SNS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 역시 NH농협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메시지도 적지 않다. 부산의 회사원 윤창석(41)씨는 최근 경찰청발로 ‘운전 중 앞 유리에 계란이 날아왔을 경우 와이퍼를 작동하면 안 된다. 뿌옇게 변한 유리창 청소를 위해 차량을 세우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윤씨가 직접 차량 앞 유리에 계란을 던진 후 와이퍼를 작동시켜본 결과 깨끗하게 닦여 문자의 출처와 내용이 모두 허위임을 알아챘다.
경찰도 최근 역추적이 어려운 SNS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거짓 정보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의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바로잡고 있다. 9월20일에는 ‘무인단속카메라 제한속도별 과속단속기준’, 7월4일에는 ‘경찰청 속보를 빙자, 욕설문자를 받고 항의전화 걸면 25만원이 결제되는 신종 스미싱 주의’라는 제목의 SNS 허위정보를 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는 SNS 허위사실의 경우 유포자가 사법 처리될 수도 있다”며 “출처나 내용이 의심스러운 메시지는 관련 기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타인에게 전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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