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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위가 13위 깼다…손흥민 두 골 폭발

입력
2017.11.10 22: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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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손흥민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 희망을 본 날, 손흥민(25ㆍ토트넘)이 A매치에서 401일 만에 필드 골 맛을 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두 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지난 6월 부임한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5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승리보다 더 큰 소득은 한국 축구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과 지난 달 유럽 평가전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큰 실망을 안겼다. ‘새벽에 축구를 안 본 사람이 승자’, ‘이렇게 월드컵 가서 뭐하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거스 히딩크(71ㆍ네덜란드) 감독 부임설까지 터져 한국 축구는 쑥대밭이 됐다. 하지만 한 달 전과 180도 달라졌다. 한국 선수들은 강한 압박과 악착같은 수비로 콜롬비아를 몰아세웠다. 이날 오후 갑자기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도 경기장을 찾은 2만9,000명의 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콜롬비아와 62위 한국이 뒤바뀐 것 아닌가 착각일 들 정도로 신태용호가 경기를 주도했다. 경기 전날인 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명단에도 없는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을 경계 대상으로 꼽아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던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흥민의 골에 주먹을 불끈 쥐는 신태용 감독. 수원=연합뉴스
손흥민의 골에 주먹을 불끈 쥐는 신태용 감독. 수원=연합뉴스

신 감독이 내세운 손흥민과 이근호(31ㆍ강원) 투톱 전술이 적중했다. 그 동안 측면 공격수였던 손흥민은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근호가 엄청난 활동량과 투지로 상대 수비를 헤집는 틈을 타 손흥민이 ‘킬러 본능’을 뽐냈다.

전반 10분 권창훈(23ㆍ디종)-이근호로 이어진 빠른 패스를 상대 문전 오른쪽에서 손흥민이 받았다. 손흥민은 상대 선수 3명에게 포위됐지만 한 바퀴 돈 뒤 재치 있게 수비 가랑이 사이로 툭 차 넣어 그물을 갈랐다. 지난해 10월 6일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 이후 1년 1개월, 401일 만에 나온 A매치 필드 골이었다. 그는 지난달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득점을 올렸지만 페널티킥이었다. 한국은 선제골 이후에도 2~3차례 이근호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등 콜롬비아 수비를 혼쭐냈다.

후반 16분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뽑아냈다. 한 박자 빠른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에 콜롬비아 골키퍼 레안드로 카스텔라노스가 볼을 흘렸다. 손흥민은 60번째 A매치에서 20번 째 골을 기록하며 ‘소속 팀에서는 펄펄 날고 대표팀만 오면 침묵 한다’는 편견을 씻어냈다.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은 고요한(29ㆍ서울)도 숨은 공신이다. 신 감독은 하메스를 막기 위해 오른쪽 수비수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했는데 기대에 100% 부응했다. 전반 초반 한국 팬들의 환호에 두 손을 흔들며 화답하던 하메스의 여유는 전반 중반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하메스는 한국 선수들이 쓰러질 때마다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짜증을 냈다. 고요한은 후반 38분 교체 아웃될 때 기립박수를 받았다.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손흥민의 두 번째 득점에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수원=연합뉴스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손흥민의 두 번째 득점에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수원=연합뉴스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불안한 수비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중앙수비수 권경원(25ㆍ텐진 콴잔)-장현수(26ㆍFC도쿄)는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에 콜롬비아의 위협적인 찬스는 한 번뿐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이 촘촘해 콜롬비아 선수들이 파고들 틈이 없다”고 평가했다. 후반 31분 하메스의 프리킥을 받은 크리스티안 사파타에게 헤딩 실점을 당한 건 ‘옥에 티’였다. 연일 세트피스로 실점하는 장면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다.

페케르만 감독은 후반에 골잡이 카를로스 바카를 교체 투입해 만회를 노렸지만 한국은 콜롬비아의 공세를 끝까지 방어해 2-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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