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서해순씨 딸 유기치사 혐의
소송 중 딸 사망 숨긴 사기 혐의
경찰 “증거 없다” 불기소 의견
서씨 “이상호 기자 등 법적 대응”
김광석 형 “면죄부는 아니다”
후폭풍 당분간 계속될 듯
가수 고(故) 김광석씨 딸 서연양 사망 의혹을 조사한 경찰이 10일 유기치사와 사기 혐의를 받는 김씨 부인 서해순(52)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8월 말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제작한 영화 ‘김광석’과 고발뉴스의 ‘서연양 사망’ 보도로 숱한 의혹을 낳았던 사건은 두 달여 만에 일단락됐지만, 서씨 측이 이 기자와 김씨 친형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서씨에 대한 유기치사 및 사기 사건을 수사한 결과,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서씨에게 제기된 혐의는 딸 서연양을 급성폐렴에 걸리도록 방치해 2007년 12월 사망에 이르게 하고(유기치사) 시댁과의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 중에 딸 사망 사실을 숨겨 유리한 조정을 이끌어냈다(사기)는 것이지만, 경찰은 두 가지 혐의 모두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를 세 차례 소환하고 (서연양) 진료 의사와 119 구급대원 등 참고인 47명을 조사한 데 이어 (서연양) 일기장과 휴대폰, 관련 민사소송기록 일체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선 서씨의 유기치사 혐의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서연양은 당시 병원에서 감기 진단을 받은 이후 1주일도 안돼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는데, 경찰이 의료기관에 자문한 결과 “일반인인 서씨가 감기와 급성폐렴을 구분하기 어렵고 서연양이 앓는 가부키증후군(정신지체와 신체 기형을 유발하는 희소병) 환자의 경우 면역기능이 약해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서씨가 서연양 유전질환 치료를 위해 지속적으로 국내외 병원 진단을 받은 기록이 확인됐고 당시 서연양 일기장과 휴대폰 기록, 교사와 친구들 진술을 봐도 서씨가 딸을 방치한 증거가 없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은 “딸 생존 여부가 조정 합의의 전제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죄의 기망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생전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부친에게 양도한 김광석씨가 1996년 사망하자 서씨와 소송하게 된 부친은 “죽으면 음반 저작권을 손녀인 서연이에게 양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부친이 죽자 김씨 친형 등은 “아버지가 당시 합의를 취소하는 유언을 했다”며 지적재산권 확인 소송을 했고, 1ㆍ2심, 대법원 판결과 파기환송심을 거친 끝에 2008년 ‘비영리목적의 추모 공연을 제외한 모든 권리는 서연양이 갖는 것’으로 결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송 중 당사자가 사망하면 절차는 중단되지만 민사소송법 238조에 따라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선임됐다면 소송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대법원 판례를 보면 당사자(서연양)가 사망하는 즉시 그 권리는 상속인에게 자동 승계되기 때문에 당시 유일한 상속인인 서씨가 사망 사실을 법원과 소송 상대방 측에 알릴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서연양 사망 여부가 당시 소송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10년 전 사망 사건을 경찰이 뒤늦게 조사한 것은 서씨가 그간 딸 사망을 숨겨온 사실이 9월 20일 이상호 기자 보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연양의 뒤늦은 사망 소식은 이 기자가 앞서 제작한 영화 ‘김광석’에서 다룬 김씨 타살 의혹과 맞물리며 여론의 관심을 촉발시켰고, 김씨 친형 광복씨와 이 기자는 검찰에 서씨를 고소ㆍ고발했다.
이날 경찰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서씨 측은 김씨 친형 광복씨와 이 기자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서씨 측 박훈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광복씨와 이 기자, 함께 부화뇌동한 국회의원과 언론에 대해 다음주 내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광복씨는 “무혐의는 면죄부가 아니다”라며 “서씨가 딸 죽음을 숨기고 그 대가로 광석이 저작권을 상속받은 사실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