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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무섭게 변하는 지금, 외환위기 정세와 같다”

입력
2017.11.10 17:4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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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한컴 구원투수였던

1세대 IT 경영자 전하진 前 대표

“새 가치 창출되는 충격파 눈앞

파도 볼 줄 아는 서퍼가 돼야”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전 대표이사가 외환위기 직후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전 대표이사가 외환위기 직후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하진(59)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7월 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돼 3년간 한컴을 이끈 1세대 정보기술(IT) 경영자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자유한국당 국민공감전략위원장과 스마트에너지포럼, 에스라이프포럼 대표 등으로 활동 중이다. 경영위기에 허우적거리던 한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벌써 19년이 흘렀지만 한컴은 여전히 뗄 수 없는 꼬리표다. 그만큼 한컴 대표 시절 모습이 대중들에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를 전후해 사이버공간이 탄생하는 정보화 혁명이 진행됐다면 지금은 사이버공간과 물리적공간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산업구조가 바뀌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들이 창출되는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다가오는데, 적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40세의 젊은 나이에 CEO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년 전 그는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그는 한컴이 ‘아래아한글’을 포기하는 대가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으려 하자, 벤처기업협회와 한글학회 등이 나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글지키기운동본부를 결성했던 험난한 시기에 한컴 대표가 됐다.

핵심인재들이 떠난 데다 ‘닷컴 버블’이 꺼지며 대부분 투자 약속이 무산된 어려운 시기에 아래아한글 윈도우 버전을 만든 것은 그의 주요 성과다. 취임 당시 500원 수준이던 주가는 1년 6개월 만에 5만8,000원까지 뛰었고 직원 수도 수십 명에서 3년 뒤 수백 명 규모로 늘었다.

1998년 7월 27일 오후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이인규(맨 왼쪽부터) 무한기술투자 사장, 어윤배 숭실대 총장, 전하진 한컴 신임사장, 이민화 벤처기업협회회장, 탁승호 한컴 자문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7월 27일 오후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이인규(맨 왼쪽부터) 무한기술투자 사장, 어윤배 숭실대 총장, 전하진 한컴 신임사장, 이민화 벤처기업협회회장, 탁승호 한컴 자문위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한컴 자회사이자 ‘다음’과 쌍벽을 이뤘던 포털사이트 ‘네띠앙’ 의 실패가 가슴 아프다. 그는 “영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막혔고 확실한 수익 모델도 찾지 못해 네띠앙에서 한컴으로 번 돈을 다 잃었다”며 “집까지 날리고 쫄딱 망했다”고 했다.

2003년 네띠앙을 구조 조정해 벤처캐피털에 넘긴 전하진 전 대표는 이후에도 인터넷 사업에 손을 댔지만 화려한 재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당시 거대한 파도였던 인터넷에 아래아한글을 연결한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한컴 CEO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순간이었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본 그는 산업구조가 또다시 무섭게 바뀌고 있는 지금이 외환위기를 맞은 20년 전의 정세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런 측면에서 후배 IT 경영자들이 ‘파도를 볼 줄 아는 서퍼’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이어 밀어닥칠 새로운 물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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