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자국우선주의ㆍ보호무역 강조
시진핑은 자유ㆍ다자무역 옹호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기를 기대하듯 나도 미국우선주의를 견지하겠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다자무역주의를 비판한 뒤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공정하고 평등한 무역 정책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시장 장벽을 낮추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게 시장을 열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더 이상 (WTO체제에 의해) 이용 당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과 한국,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의 무역역조를 거론하는 정도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독설에 가까운 어조로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했다.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의지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양자협정을 맺을 것”이라며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에 기반해 협상하고 모두가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확인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내 문제를 언급하면서 ‘지적 재산권’에 대한 뻔뻔스러운 도둑질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지적 재산권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비난할 때마다 언급한 것으로 우회적인 중국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강력한 대북경고와 함께 북한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갈수록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이라며 “이 지역이 핵 위협과 폭력에 의한 정복이라는 독재자(김정은)의 뒤틀린 환상에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자유무역ㆍ다자무역을 옹호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며 중국을 자유무역의 옹호자로 자처했다. 그는 “우리는 개발도상국들이 국제 교역과 투자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지하고 개방적 지역주의를 실행해야 한다고”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