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준공 앞두고 남해ㆍ하동 충돌
도지명위원회 2차 회의 열었지만
단일안 못 만들어 심의 보류시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승전지 노량해협이 때아닌 전운에 휩싸였다.
노량해협을 마주한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이 두 자치단체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 중인 새 교량에 자신들이 요구하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웃사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교량은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감암마을을 잇는 길이 990m, 왕복 4차로의 현수교다. 1973년 설치된 남해대교가 노후화해 550m 떨어진 곳에 새 교량을 건설중인데, 내년 6월 준공예정이다.
문제는 이 교량의 명칭을 두고 남해군은 제2남해대교, 하동군은 노량대교 혹은 충무공대교로 불러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로운 랜드마크에 지역 명칭이 들어가면 지역 경제나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명칭 싸움에는 섬마을 남해군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남해군은 지난 3일에 이어 지명위원회가 열린 10일 오전 회의 시작 전부터 박영일 남해군수와 군민 등 1,000여명이 경남도청 앞 광장에서 확성기를 동원한 대규모 원정시위를 벌였다. 앞서 박 군수는 불시에 하동군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도청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다.
남해군은 “통상 교량은 섬의 명칭을 존중해왔고, 1973년 건설된 남해대교를 대체하는 교량인데다 설계와 공사 과정에서도 가칭 ‘제2남해대교’로 부른 만큼 제2남해대교 외의 다른 명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동군이 주장하는 ‘노량대교’는 서울 ‘노량대교’와 명칭이 같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남해대교’가 남해의 랜드마크로, 남해군의 대표 브랜드로 각인되고 있는 만큼 제2남해대교로 선정해 그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하동군은 “섬을 연결하는 교량에 섬의 명칭을 붙이는 게 관례였다면 2003년 개통한 ‘창선ㆍ삼천포대교’ 명칭 결정 당시 제2남해대교를 주장했어야 한다”며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을 주도하는 남해군이 ‘충무공대교’나 ‘노량대교’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동군은 특히 국내 최초의 현수교로, 70,80년대 국내 대표적 관광지로 인기를 끌었던 남해대교가 하동군과 연결되지만 명칭에는 들어있지 않아 브랜드 후광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지자체의 팽팽한 기 싸움에 국토지리원 국가지명위원회에 교량 명칭을 건의해야 할 경남도지명위원회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10일 2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단일 안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결국 ‘보류’ 결정을 내렸다.
랜드마크의 명칭을 둘러싼 지자체간 기싸움은 예전에도 자주 있었다. 충남 천안과 아산시의 경계에 위치한 경부고속철 ‘천안아산역’, 부산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의 경계에 건설된 경마공원 ‘렛츠런부산경남’도 지자체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랜드마크의 명칭은 해당 지자체의 사활에 걸린 문제이기도 해 쉽사리 결정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지명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 의견을 받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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