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특수활동비 靑 상납 과정 조사
국정농단 보도 후 중단됐다 재개 경위 추궁
靑 비서실장 출신 이병기 전 원장 13일 소환
전직 국정원장 3명 내주 영장 청구 여부 결정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호(77)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10일 오전 이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015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이 전 원장은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남재준(73) 전 원장 때부터 청와대 측으로 흘러가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이 이병호 전 원장 때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사실에 주목해왔다. 지난해 언론보도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요구로 끊어졌던 돈이 9월쯤 다시 청와대로 건네졌다.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상납과정과 박 전 대통령의 요구 여부, 상납 중단과 재개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이 전 원장은 “안보 정세가 위중해 국정원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며 "오히려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되고 있다.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지시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닫고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은 8일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19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남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취임 후 청와대 측 요구를 받아 매달 5,000만원씩 돈을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은 13일 오전 9시30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남 전 원장 시절 매달 5,000만원이던 상납금이 이병기 전 원장 시절 1억원으로 오른 이유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원장은 보수단체 특혜 지원 관련 ‘화이트리스트’ 실행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 조사를 마치면 내주 중 전직 국정원장 3명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한꺼번에 결정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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