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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ㆍ상생번영ㆍ평화’ 3P 전략으로 아세안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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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ㆍ상생번영ㆍ평화’ 3P 전략으로 아세안 품는다

입력
2017.11.09 21:3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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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역 파트너로 급부상

인구 6억3000만명 달하는데

평균 연령 27세에 불과 역동적

구매력 높은 중산층 3배로 늘 듯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신(新) 남방 정책’을 천명한 것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국 중심의 외교ㆍ경제에서 벗어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교류 협력 관계를 4대국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미다. 이 지역은 이미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갈등으로 드러난 우리 경제의 중국ㆍ미국 편중을 완화할 새로운 무역 파트너로 주목받아왔다.

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아세안 회원국들은 2022년까지 연평균 5, 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는 2조6,000억달러로 세계 6위이며, 교역 규모는 세계 4위권이다.

아세안 회원국 인구는 6억3,000만명에 달하는데 평균 연령이 27세에 불과할 정도로 활력 넘치는 여건을 갖고 있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 인구는 2010년 1억7,000만명에서 2030년 5억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아세안 국가의 도시 인구 비중은 47.7%로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현대적 유통망을 활용한 수출 확대가 쉽다는 것도 강점이다.

때문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은 일본은 일찌감치 아세안 지역에 거점을 하나 더 만드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세안에 대한 투자와 기업 진출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2015년 기준 아세안 국가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을 보면, 유럽(17%)이 가장 높고, 일본(15%), 미국(11%), 중국(7%), 한국(5%)의 순이다. 2010년 이후 아세안 지역에서 진행된 기업 인수합병(M&A) 규모 역시 일본(330억달러), 중국(290억달러)에 비해 한국(40억달러)은 초라한 수준이다.

정부는 중국ㆍ일본의 물량공세와 차별화한 ‘3P(PeopleㆍProsperityㆍPeace)’ 전략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일본은 이미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표방하고 아세안 시장을 공략해왔다”며 “신남방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아세안을 4대국 수준으로 격상하고 새로운 번영의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플(People) 전략은 경제계ㆍ지자체ㆍ문화계ㆍ학생 등 다층적인 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아세안 내 한류 열풍 등 ‘소프트 파워’를 통한 교류 심화이다. 상생번영(Prosperity) 전략은 아세안 국가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2020년까지 한ㆍ아세안 간 교역 규모를 현재 중국(2,100억달러)에 육박하는 2,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평화(Peace) 전략은 신남방정책이 안보 협력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보좌관은 “아세안은 전 세계 해양수송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부분이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부딪치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일본의 경우 호주와 인도, 미국을 연결하는 인도ㆍ태평양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안보동맹에는 선을 긋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아세안 10개국 모두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아세안의 외교역량을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한반도를 넘어 극동과 동북아, 유라시아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신북방정책을 발표했다. 이 역시 가스ㆍ철도 등 에너지ㆍ물류 분야에서 동북아 국가들의 상호의존도를 높여 북한의 참여를 견인해 평화노선으로 나서게 하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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