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유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중국이 하는 짓은 세계 역사상 최악의 도둑질이다.”(2016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유세 현장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한창 막말 행진을 이어가던 때지만 이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윤곽을 잡아가면서 이 발언도 그의 진의로 받아들여졌다. 무역적자를 안겨준 중국을 향해 45%의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불공정 무역 관행 제재와 같이 ‘무역전쟁’을 예고하는 공약도 마구 쏟아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거둔 지 1년이 지난 현재 중국을 향한 거친 발언과 공약은 온데간데 없다. 오히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초대형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찰떡궁합’에 가까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1년 만에 180도 뒤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 미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한때 중국을 쓰레기 취급하던 트럼프가 이제는 그들과 친구가 됐다”라며 “트럼프의 중국 방문 장면은 명백한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변화는 그가 시 주석과 일련의 협상에 만족했음을 보여준다는 평이 잇따른다. 트럼프로서는 중국으로부터 대북 압박 공조, 무역적자 해소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것이 최선이지만, 시 주석은 최소 이 두가지 사안을 트럼프와 적절히 거래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해 4월 첫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중국이 북핵 문제에 성의를 보이면 대중 무역적자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라고 ‘빅딜’을 제안한 후 중국에 환율조작국 미지정이란 선물을 안겼다. 이어 8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연기해줬고, 중국은 8,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371호ㆍ2375호) 표결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답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미중 관계에 있어 현실적 한계를 깨달은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CNN은 “양국 무역과 관련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또는 북핵 대응에 있어 중국의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등 불편한 현실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