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정현, 세계37위 꺾고 4강 선착
테니스 경기 방식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21세 이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에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에라 특설코트에서 열리고 있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총 상금 127만5,000달러)는 ATP투어에서 활동하는 21세 이하 선수 중 상위랭커 8명이 출전하는 이벤트 대회로 올해 신설됐다. ATP투어 파이널과 같이 8명의 선수가 2개 조로 나눠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치른다. 정규 대회가 아니기에 랭킹 포인트는 없지만 한국의 정현(21ㆍ54위),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레프(20ㆍ37위) 등 향후 남자 테니스 10년을 이끌어갈 재목들의 기량을 뽐내는 경연장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의 테니스 경기 규칙을 엿볼 수 있는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선심이 사라진 대신 인-아웃 판정을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전면 대체했다. 3대의 카메라가 공의 궤적을 추적하다가 공이 나가면 미리 녹음된 “아웃” 음성이 울려 퍼진다. 때문에 심판은 주심 한 명만 남게 됐다. 통상 테니스 경기에 투입되는 심판 10명 중 9명이 선심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앞으로 테니스 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파격적인 실험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변화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에서 발견된다. 이번 대회는 5세트 경기로 치러지지만 한 세트를 4게임으로 축소했고 게임스코어 3-3에서 타이브레이크를 실시한다. 기존 대회가 6-6에서 타이브레이크를 시행하는 데서 절반 감축한 것. 또한 듀스를 폐지하고 노-애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서브 상황에서 공이 네트에 맞고 들어갔을 경우 선언되는 레트(무효)도 폐지됐다. 여기에 농구코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샷 클락’을 테니스장에도 설치해, 한 포인트가 끝난 뒤 25초 이내에 다음 서브를 넣도록 했다. 워밍업 시간도 5분으로 단축했다.
이밖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 도중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선수들은 경기 중에 코치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경기 전략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직접 경기를 해 본 선수들은 대체로 신선하다는 평가다. 다닐 메드베데프(21ㆍ63위ㆍ러시아)는 8일 1라운드 경기 후 “시즌 막바지에 새로운 규칙으로 경기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렌 카차노프(21ㆍ44위ㆍ러시아)는 “컴퓨터가 외치는 ‘아웃!’이 여러 가지 목소리였음 좋겠다”고 투덜댔다.
경기 도중 코치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바뀐 점도 선수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는 메드베데프가 1라운드에서 카차노프를 이기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서브 방향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한 후 4세트 전에 서브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고 생각을 했다. 옳은 결정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정현은 1라운드 데니스 샤포발로프(18ㆍ51위ㆍ캐나다)를 꺾은 뒤 “서브 때 ‘노 레트’ 규정이 도움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테니스 경기의 모습의 밑그림이 될 전망이다. 크리스 커모드 ATP 회장은 “샷 클락이 당장 내년에는 아니겠지만, 2019년에는 모든 경기에 도입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AP통신에 말했다. 4게임 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당장 5년 안에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10년쯤 뒤에는 모든 경기가 4게임제로 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현은 8일열린 대회 이틀째 A조 2차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ㆍ러시아)를 3-0(4-0 4-1 4-3<7-1>)으로 완파하고 가장 먼저 4강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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