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인 A모(24)씨는 최근 온라인 모임에서 낭패를 볼 뻔했다. 모임 회원들이 각 기업들의 정보를 취합한 ‘족보집’에서 미세한 오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일부러 한 두 개의 숫자만 살짝 틀리게 고쳐서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며 “미리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틀린 내용으로 공부를 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최근 들어 온라인 취업 모임에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9일 인터넷 카페 등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계획적인 오답 공유나 알짜 정보를 모아 놓은 일명 ‘족보’만 얻고 사라지는 등 피해 사례들이 늘고 있다.
방송직무로 취업을 준비 중인 B모(26)씨는 “필기전형의 시사상식 시험에 대비해 취합에 참여했는데 일부 사람들이 사소한 부분에서 오답을 만들어낸다”며 “그런 사람들이 최종합격을 한다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 살면 그만’이란 생각에서 벌이는 이기적인 태도에 대한 비난이었다.
취합자가 취합본(족보)을 들고 사라지는 ‘먹튀’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채용이 진행중인 한 취업 준비 인터넷 카페에선 “취합해 준다고 해서 열심히 자료를 정리해 보냈는데 취합자가 사라졌다”며 허탈해 하는 글들에 “나도 당했다”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취업준비생은 “자료 취합도 일일이 모아 보기 좋게 편집해서 배포한다는 점에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기껏 해서 올린 족보를 취합자가 공유를 하지 않고 자신만 갖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허망하겠냐”고 토로했다.
이메일이 아닌 댓글로 정보를 취합하는 경우에도 ‘먹튀’가 발생하고 있다. 공기업을 준비 중인 C모(26)씨는 “기업적성검사 후 시험 문제를 복원하자는 글에 사람들이 댓글로 문제와 정답을 달면 글쓴이가 댓글을 확인한 후, 다른 사람이 보기도 전에 해당 글을 지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우, 여러 사람들이 기억력을 짜내어 기출문제를 복원했지만, 해당 글과 함께 복원 댓글이 전부 사라지기 때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 순간에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 동안 취업을 준비하면서 각종 피해를 경험했다는 취업준비생 D모(25)씨는 “인터넷 상에서의 취업 공부와 관련된 피해를 딱히 피할 방법은 안 보인다”며 “오답을 뿌리거나 먹튀를 하는 사람들의 카페 아이디가 입소문으로 돌지만, 그 사람들은 아이디를 바꾸고 계속 활동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마땅한 처벌 규정도 없다. 경찰청 사이버안전민원상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취업정보를 가지고 속고 속이는 행동들은 문제적이지만 재물이나 재산상의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기에 ‘사기죄’로 볼 수는 없다”며 “카페나 커뮤니티 운영자가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거나 인터넷주소(IP)를 차단해 해당 정보공유에서 특정인을 배제하는 식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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