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박지원 지음ㆍ김혈조 옮김
돌베게 발행ㆍ각권 544~584쪽ㆍ각권 3만원
연암 박지원(1737∼1805)의 걸작 ‘열하일기’ 완역본이다. 1932년 인쇄된 박영철 본이 아니라2012년 모습을 드러낸 이가원 소장본을 바탕으로 했다. 이가원 소장본은 박영철 본에 비해 더 원본에 가깝다고 추정된다. 이가원 소장본의 내용이 더 직설적이고 구체적이어서다. 가령 청나라 연호를 거리낌없이 썼고, 시중에서 쓰던 일상어와 속담도 편안하게 구사했고, 천주교 관련 내용이 비교적 풍부할 뿐 아니라, 동성애나 투전판에 대한 얘기도 장난스럽게 실려 있다. ‘대명의리 조선선비’와 어울리지 않는다. 후대로 갈수록 가다듬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너무 화들짝 놀랄 것까진 없다. 강력한 이데올로기 국가였던 조선에서는 일상다반사였을 것이다. 동시에 그래도 노론 명문가니 그 정도라도 버텨낸 것이다. ‘반항하는 연암’ 못지 않게 ‘혜택을 누린 연암’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관련 사진ㆍ그림 자료에다 주석까지 충실해 번역본의 ‘끝판왕’을 자임하는 자세가 느껴진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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