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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 북한 정권 본질 파고든 역사적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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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 북한 정권 본질 파고든 역사적 연설”

입력
2017.11.09 14:3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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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환영식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환영식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역사적 연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을 두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자평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서울을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해 그 정도 훌륭한 깊이로 파고든 연설을 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의 의미를 짚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무기들이 북한 정권을 안전하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큰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북한 정권의 본질과 그들이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정체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해 “그들의 언어로 받아들이면, 북한의 무기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을 협박해 제재를 제거하고, 궁극적으로 동맹을 해체해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켜 결국 한국을 북한 주도로 통일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감시 하에서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의 몰락 사례 등에서 자극 받아 ‘체제 생존’을 위해 만든 것으로 보는 대북 협상론자들의 일반적 시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북한의 체제 생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주면 핵무기를 포기시킬 수 있다는 게 협상론의 토대다.

백악관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로 주한미군 철수, 즉 한미동맹 해체까지 요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회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가 한반도를 정복해 지배할 운명이라는 비정상의 믿음을 가진 군사적 이단 국가로 북한을 파악하면서 “그 정권이 궁극적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국을) 협박할 수 있다는 망상으로 핵무기를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걷는다면 더 밝은 길이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면서도 “북한이 더 밝은 길에 나서는 신호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은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고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 역사를 보면 중국은 김정일에게 개혁과 개방의 이점을 설득하려고 노력해 중국에 6번이나 초청했지만, 북한으로 돌아간 뒤에는 매번 효력이 없었다”며 “개혁과 개방이 정권 교체에 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들 마음 속에 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악관이 북한 정권의 본질을 사실상 개혁ㆍ개방이 어려운 체제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한국의 성공이 북한 정권에게 불안, 놀람, 심지어 패닉을 낳은 원인”이라며 “그것이 김 정권이 총체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 외부와의 갈등을 추구하는 이유”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또 “그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전체주의적 체제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주민들에 의해 바른 일을 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해두겠다”며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북한 체제에 대한 백악관의 이 같은 인식은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인 이유를 짐작케 한다. 북한과 협상을 하더라도 북한이 과거처럼 합의를 깨거나 속이면서 끊임없이 한미 동맹을 균열시키려 하고, 개혁ㆍ개방에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백악관의 대북 전략은 결국 중국의 협조를 얻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사실상 북한 주민에 의한 내부 체제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9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해 "백악관 노력의 산물"이라며 "훌륭한 연설이었고 우리가 한국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한국의 성취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ㆍ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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